0시-우주
/김길나
그가 내게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고
내가 대답했다
물방울 한 알이 지금 막 사라지려 한다고
그가 또 물었다
그러면, 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내가 말했다
이곳은 물방울 밖이라고
팽창한 우주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에
나는 신처럼
우주 밖에 서서
- 김길나 시집 ‘시간의 천국’
경건한 상상을 해보자. 외계 생명체의 존재 유무에 대하여 인류는 끊임없이 궁금해 한다. 달이나 화성 탐사선들의 첫 번째 임무는 그곳에 물이 있느냐 없느냐를 탐색하는 것. 물의 존재 유무가 곧 생명체의 존재 유무와 직결된다. 생명의 원천은 물이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볼 때, 물의 몸인 ‘나’가 없으면 지구도 우주도 없다. 그러므로 하나의 물방울은 하나의 우주다. 우리는 신(神)이 우주를 보듯이, 우리가 물방울을 보듯이, ‘나’라는 우주를 ‘나’의 밖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시작=끝이며, 끝=시작인 0시의 관점에서, ‘나’의 팽창과 압축의 사건들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을까.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