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나무
/김중
흔들리는 꽃잎
울렁이는 지붕
망설이는 신작로
쏟아지는 은빛 칼날…… 비수!
비수를 등에 꽃은 채 흐르는 검은 강물과 강물을 가슴에 꽃은 채 아픈 듯 웅크린 검은 땅 위에
목련나무 한 그루 배시시 피어나며
엄청나게 下血하네……
흩날리는 하양 저 피톨들 너머, 안타까운 月下
멈추지 않는 저 月下의 분수
오래전부터 우리는 땅을 파헤치고 시멘트벽을 심어 아파트 숲을 만들었습니다. 새를 몰아내고 길고양이들을 몰아낸 자리, 그곳에 삶에 지친 육신을 눕히고 일으켜 세우며 생을 피워내다 스스로 생의 염증을 토해내곤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가 저 강물에 저 땅위에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비수를 꽃은 것입니다. 검은 물을 흘러 보내고 있습니다. 목련은 피기도 전에 강과 땅을 앓다가 하혈로 마무리하는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점점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김유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