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꽃 2 - 그리운 소음
/유혜영
피는 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어느 생 어느 모퉁이에서 들려오는 소리
천만번 돌아돌아 꽃잎을 고르는 소리
씩씩할수록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운 소리
소리가 멈추는 날은 배도 고프다
어느 별에는 아이가 모터소리를 타고 별빛을 따러간다
윙 윙 윙, 꽃 문 열리는 소리
꽃피는 곳은 어디라도 봄이다. 봄은 꿈나라다
손가락에 침 발라 한잎 두잎 꽃잎을 세며
아빠가 웃는다. 엄마가 웃는다. 아이가 웃는다
꿈을 입은 웃음소리에 오색 무지개 뜬다
귀를 한 옥타브는 올려야 들을 수 있는
100 데시벨의 꿈속에서 하얀 쌀밥 꽃이 핀다
소담소담 고기반찬 얹어서 맛있게 피어난다
꽃 피는 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데도 그렇게 큰 고통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소리꽃이 피어나면 어디든 봄이 되고 꿈나라가 되고, 무지개가 뜬다. 고기반찬을 얹은 밥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소리에서 꽃을 피워낸 시인의 예민한 감각, 상상의 확장은 어디까지일까.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려면 몇 데시벨이나 필요한 걸까?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