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강경호
자벌레는 측량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는다
묵묵히 길을 간다
오체투지를 하다가
남들 안보는 나무 그늘에서도
허투르게 그냥 걸어가지 않는다
부처를 향해 가지 않으며
천국을 꿈꾸지 않는다
연약한 몸엔 사리 같은 건 없다
헐벗은 지구의 옷
초록색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 한다
- 강경호 시집 ‘잘못든 새가 길을 낸다’에서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욕망으로 산다. 욕망이 없으면 거의 죽은 목숨이다. 좋게 말하면 건강한 꿈이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건강하지 못한 탐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물들은 욕망이 없을 것인가 궁금하기는 하다. 미물은 미물들대로 그 세계 나름의 욕망이 있을 성 싶기도 하다. 그러나 미물의 욕망으로 상처 받는 존재들이 있다해도 그것은 인간의 욕망으로 상처받는 이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처를 꿈꾸고, 천국을 꿈꾸고, 사리를 꿈꾸는 것조차도 애당초 하지 말아야 욕망의 껍데기일 수 있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