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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능허대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 10월 1~2일 이틀간 궂은 날씨 속에서도 5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찾은 ‘2016 연수능허대문화축제’가 백제 사신 행렬을 비롯한 다채로운 축제 콘텐츠와 성숙된 시민의식과 더불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은 능허대축제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매해 열렸지만 이름만 능허대축제이고 나대지에 임시 조성된 무대에서 초청가수들의 공연만 있었을 뿐 “왜 능허대축제인지?”에 대한 성찰과 자기반성이 없었다. 게다가 2009년부터 중단되어 그 명맥이 끊길 위기였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능허대축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필자는 스스로 많은 질문과 고민을 했다. 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차별성이 없이는 이전의 능허대축제나 전국 각지에서 난립하는 여느 지역축제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었다.

능허대는 1644년 전 백제 근초고왕 때 중국 동진(東晉)과 교류를 위해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자주적 개항지로 능허(凌虛)는 ‘허공을 가르다’ ‘비상하다’라는 의미다. 이런 자랑스러운 역사와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 지역주민들조차도 연수구를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로만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역주민들의 연대감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계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능허대축제를 통해 연수구의 뿌리를 찾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먼 옛날 능허대에서 중국과 사신이 왕래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자체로는 사실일 뿐 역사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현재의 시각에서 해석을 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역사가 되는 것이다. 능허대축제는 사실이 역사가 되는 장소이자 시간이다. 지역마다 수많은 축제가 있지만, 필자는 능허대축제처럼 당위성과 정체성을 가진 축제는 많지 않을 것이라 자부한다.

연수구는 인천신항을 통해 동북아 물류의 거점도시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이미 대형 크루즈가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오가고 있으며, 컨테이너 물동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아시아 최고의 국제도시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그 누가 제시한 청사진이 아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이뤘던 해상왕국을 이제 우리 손으로 재현해 내는 것일 뿐이다.

이번 축제 첫날 능허대 연극에서 필자는 백제왕으로부터 과거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져온 교지를 전달받았다. 능허대의 개항정신과 도전정신을 계승해 32만 연수구민과 함께 인천신항을 세계문화의 중심으로 발전시켜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것을 다짐했다.

오늘날 해외의 유명 축제들도 처음엔 보잘것없는 행사로 시작한 것들이 많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는 매년 8월 토마토축제가 열려 수만 명의 지역주민과 전 세계 관광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기는 축제가 되었지만 시작은 작은 해프닝에서였다. 토마토 가격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시의원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이 축제의 원형이었고, 이처럼 농민들의 불만을 축제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지역주민들의 창의력 덕분이었다.

능허대축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와 같다. 그래서인지 축제를 생각할 때마다 마치 어린 손주를 보는 것과 같이 뿌듯하다.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클지 기대되고 흥분된다.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라서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를 높이는 문화산업의 핵심이고 지역을 알리는 힘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올해 능허대축제는 인천지역의 그 어느 축제보다 성황리에 진행되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우선 내년 문화체관광부가 선정하는 유망축제를 목표로 하고 있고, 더 나아가 우수축제, 최우수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축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백제 사신 행렬에 모든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즐기는 장면을 꿈꾼다. 우리 모두가 능허대축제의 주인이자 기획자, 참여자가 되어 함께 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능허대축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라는 큰 수확을 얻었다. “국제교류와 세계문화의 중심이 연수구!”라는 것을 당당히 펼쳐 보인 연수구민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이 자리를 빌려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해 묵묵히 힘써준 자원봉사자, 축제추진위원회 여러분들과 관계 공무원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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