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박연상
내가 보고 있는 저 별빛은
아주 오래전에 별을 떠나 온 것
어쩌면 이제 그 별은
우주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이 빛은 나를 만나기 위해
끝없이 먼 길을 달려와
지금 우리는 마주 보고 있는 것이다
- 박연상 ‘잃어버린 시를 찾아서’에서
만약, 안드로메다 은하계에서 빛이 출발하였다면 우리 지구까지 오기까지는 약 200만~250만 광년이 소요된다. 우리의 눈과 마주하기 위해 200만년을 달려 온 것이다. 이 얼마나 귀한 인연인가. 그리고 빛이 200만년을 넘게 지구로 오는 순간 그 성운은 운명적인 하나의 생을 마치고 초신성의 폭발로 인하여 어두워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몸체는 이미 사라졌어도 떠난 빛은 나를 만나기 위해 끝없이 먼 길을 달려 왔다니,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며 시인만이 접근할 수 있는 시적 언어의 미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만남, 그 눈빛, 그리고 인연, 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가. 오늘도 내 주위를 돌아본다. 나와 마주치는 눈빛들, 지금으로 부터 수백만 년 전 우주속의 한 공간에서 어쩌면 우리는 부부의 인연으로 만났을지 모른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