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계가 갑자기 멈춰설 위기에 놓였다. 최순실씨 파문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는 대통령의 사과였지만 일단 대통령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어떻게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과 홍보물 등을 사전에 받아보고 이를 검토했는가에 대해 국민들은 놀라움과 함께 나라 꼴이 우습게 됐다고도 말한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이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벌어졌으며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개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기에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물보다 진한 피가 있더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 2년 간 나라를 술렁이게 했던 정윤회와 박지만 간의 권력투쟁 스캔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박지만씨가 완패하고 나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권력투쟁은 실체가 없으며, 문건유출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언급했다. 검찰도 당시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했다.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스스로 말한 대통령이 엊그제 국민 앞에 나와 문건유출을 스스로 시인했다. 대통령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어찌됐든 모두 청와대 문건이다. 그것도 빨간 줄로 여기저기 고쳤다. 게다가 남북관계 등 안보문건, 청와대 인사추천 문건까지 넘겨받았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지 국민들은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다.
사태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게 최씨 취미”라는 최씨 측근의 발언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조차 몰랐던지, 알고도 모른 척했는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동안 최순실씨 게이트에 대해 야권은 물론이거니와 여당 내부에서조차 “사실이라면 심각한 국정 농단”이라는 신랄한 비난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앞에 사과까지 한 마당이면 국정농단이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멈춰지고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이를 초래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를 낱낱이 밝히고 국정동력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된다. 최순실 일가에 대해 대통령이 떳떳하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청와대 주변의 비선 세력들을 척결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 빠진 ‘식물 정부’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