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5 (월)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목요칼럼]최순실의 국정농단, 국민이 받은 모욕감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그가 정부, 기업, 대학 등을 상대로 호가호위하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실에 이어,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가기밀 내용까지도 사전에 보고받고 검토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최 씨는 청와대 행정관들을 의상실에 거느리고 다니면서 기밀사항인 대통령 일정표를 놓고 대통령이 입을 옷을 정해주곤 했다. 심지어 그가 청와대와 정부의 인사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에 이르러서는 ‘박근혜 정부의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는 그동안의 소문이 근거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국민 모두에게 참기 어려운 모욕감을 안겨주고 있는 광경이다. 도대체 최순실이 누구인가. 박 대통령과는 어려웠을 때부터 오랜 세월을 같이 해온 ‘절친’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정체조차 알지 못하는 일개 사인(私人)일 뿐이다. 정권마다 측근 비리 문제가 터져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알려진 대통령의 아들이거나 형제였다. 이렇게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인물에 의해 국정이 농락당한 일은 없었다. 최순실이라는 인물에 대해 우리가 접한 것이라고는, 자기 딸에 대해 출석관리를 하려는 학교에 쳐들어가서 선생과 교수에게 모욕을 주는 안하무인의 인물일 뿐이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내세우며 권세를 누리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어져 있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 뒤에서 국정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했다니, 정말 모골이 송연해질 일이다. 그래도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제도화시켰다고 믿었던 국민의 자부심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이다. 그렇게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리면서 친구에게 모든 것을 넘겨줘도 좋을 정도로 이 나라의 국정이 가볍고 우스웠던 것인가. 어디 아프리카의 부족국가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말하기가 수치스럽게 되어 버렸다. 국민이 받은 이 상실감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어지간해서는 사과하기를 싫어하는 박 대통령이지만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가 드러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서인지, 하루 만에 대국민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과에는 참회의 진정성이 읽혀지지 않았으며, 변명으로 적당히 덮고 가려는 모습만이 보였다. 이게 어디 “최순실의 도움을 받고 의견을 들었다”는 말 한 마디로 넘어갈 일이겠는가. 대통령의 형식적인 사과는 국민여론을 더욱 들끓게 만들어 놓았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 1·2위에 ‘탄핵’, ‘하야’라는 단어들이 올라오고 있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제 박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며, 나라를 위해 그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마당에 설마하니 1분 40초짜리 사과문 하나 낭독한 것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여당 당적을 이탈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할 것이다. 국정농단의 장을 제공하여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특검을 수용하여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비리 의혹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온갖 비리의 판을 깔아준 청와대의 전면 쇄신이 따라야 함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정기조의 전환이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자기 마음대로 나라를 끌고가려 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내각을 총사퇴 시키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인물을 새 총리로 세우고, 주요 부처 장관들도 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거국형 내각이 필요하다. 이같은 비상한 조치들을 실행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4개월 동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비상시국의 비상한 조치들이 나오기를 대통령에게 주문한다. 그것만이 나라를 위한 길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