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나리꽃
/박효숙
예순 넘어서야
애기나리꽃 이름 알게 되었네
백합 닮은 그 꽃을
애기 손톱만한 그 꽃을
해마다 오월이면 피었을 그 꽃을
내가 애기였을 때도 피었을 그 꽃을
하찮은 풀이라고
뒤뜰의 잡초라고
관심 두지 않았네
바람 한 톨에도 고개 숙이고
이슬 한 방울로도 여유로운 미소
애기로만 살다가 가는 꽃
예순 넘어서야 겨우 알았네
-박효숙 시집 <은유의 콩깍지>에서
바쁘게 살다보면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바로 앞이나 옆에 있음에도 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들이나 청춘의 뜨거웠던 열정들도 반추하며 돌아볼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와 사랑이다. 그러나 아무리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미래 어른의 세계가 꿈이었으나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 시절이 꿈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