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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복약 시간

 

복약 시간

                                        /최세라



낯선 별을 삼킨다

달콤한 옷이 녹아내리고

하얀 접시처럼 눈부신 육체

아리고 둥근 통점이다

주방의 도구들이 덜거덕거리고

휘파람 주전자가 레인지에 놓인다

찻물이 끓을 때까지 별은

불길을 조금씩 뿜는다 빳빳한 어둠 안쪽이

보드라워지기 시작한다

서로의 어깨를 당겨서 안고

궤도 안쪽으로 한 발씩 다가서며

내 눈 속의 별이 사금파리로 부서져내린다

휘파람 주전자의 비명을 뒤로 하고



별의 골방으로 납치되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아마도 끝은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랑이 끝나도 그 상흔은 몸속에서 끊임없이 작용하며 마음을 당기고 있으니까요. 끝나도 끝나지 않은 값. 시는 이젠 아득해져 별의 거리에 있는 당신을 삼킵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동안 당신은 나를 찔렀다가 내 가장 안쪽에 있는 밀실의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기도 합니다. 딱딱했던 것들을 말랑하게 녹여주기도 합니다. 미소 짓게도 합니다. 그러나 끝내 당신은 사금파리로 부서져 온 몸에 전이됩니다. 뱉을 수도 없는 당신입니다. 뱉을 수가 없는 문제여서 내가 당신에게로 납치되기로 합니다. 예전 우리의 심장을 회복시킬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 골방이라면 당신과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 천 년을 기거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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