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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찻잔 속 독살자

 

커피 애호가인 고종이 커피로 인해 위기를 겪은 일화는 유명하다. 국정을 농단해 유배형을 받은 것에 앙심을 품은 통역관 김홍륙은 요리사 김종화를 매수해 고종의 생일인 만수성절에 고종과 순종이 마실 커피에 아편을 넣어 독살하려 했다. 평소 커피에 조예가 깊어 다양한 커피를 마셔본 고종은 커피 맛이 이상한 것을 알고 바로 뱉었으나, 복용량이 많았던 세자는 수일간 혈변을 보고 치아가 빠져 의치를 18개 해 넣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

어린 독살자로 유명한 영국의 그레이엄 영도 차를 독살에 이용했다. 그가 근무했던 사진기 회사의 직원들은 그레이엄 영이 입사하고 난 뒤 원인모를 복통, 마비, 경련, 구토 증상을 겪었다. 이는 그레이엄 영의 독약 실험 때문이었는데, 그는 쥐약이나 살충제의 원료인 탈륨을 커피나 차에 타서 다른 사람에게 권했다. 탈륨은 무색무취에 가까워 직원 중 누구도 찻잔 속에 독이 들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겨울철 건설현장에도 ‘찻잔 속의 독살자’가 있다. 바로 방동제이다. 2012년 11월 충북 제천에서 미장공사중이던 근로자 7명이 방동제를 생수와 착각해 커피와 컵라면을 끓여먹은 뒤 호흡곤란 및 의식 상실을 겪었다.

같은 해 전북 고창의 다세대 신축현장에서 조적공사 근로자 10명이 방동제를 물로 착각해 컵라면을 끓여 먹고 호흡곤란과 의식상실로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독됐다. 2014년에도 충남 태안의 공사현장에서 조적공 1명이 페트병에 담아 놓은 방동제를 물로 착각하고 마신 후 호흡곤란 및 의식상실을 보이다가 사망했다. 이렇게 최근 5년간 방동제에 의해 중독된 근로자는 23명, 사망자는 2명에 달한다.

건설현장에서 겨울철에 콘크리트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방동제는 물과 희석해 사용할 경우 무색, 무취의 투명한 액체로 물과 식별이 어렵다. 방동제가 함유돼 있는 물을 마실 경우 구토, 헛구역질, 어지러움, 호흡곤란, 발작 증세가 나타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또 방동제가 몸에 해롭다는 것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이 낮아 페트병 등에 담아 사용함으로써 중독사고가 발생한다.

건설현장에서는 방동제 음용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안전보건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드럼통 등 방동제 희석용 용기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경고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방동제는 가능한 덜어서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덜어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 소분용기에도 물질안전보건자료 경고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방동제 취급 작업장 내에는 근로자가 보기 쉬운 곳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게시하고, 방동제 취급 근로자에게 취급시 주의사항 및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근로자의 착각을 피하기 위해 마실 수 있는 물에도 역시 마실 수 있다는 표시를 하고, 상표가 붙은 생수병 등에는 절대로 방동제 용액을 덜어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고종의 급작스러운 죽음 역시 독살의 의혹을 피하지 못한다. 일제가 고종이 마신 투명한 식혜에 무색무취의 독 비상을 넣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렇듯 향도 없고 색도 없는 찻잔 속의 독은 왕도 피하지 못한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근로자들이 무색무취의 독잔을 들지 않도록 올겨울에도 바짝 긴장하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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