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역에서
/오민석
북청 간이역
붉은 철로 사이에
민들레 피어있다
기차가 지나간다
잠시, 아주 잠시
흔들리는 꽃잎들
나는, 폐허, 라고 쓴다
나는, 상처, 라고 쓴다
다 지나갈 것이다
지나갔으면 좋겠다
잠시, 아주 잠시
흔들리다가 다시
돌아오고 싶다
- 오민석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
인류의 역사든 한 나라의 역사든 모든 역사에는 기록되지 못한 사실들이 너무도 많다. 기록자의 편파적 견해나 오만 혹은 불성실이나 기술의 한계에 의해 누락된 사실들은 ‘폐허’에서, 그것도 그 주변부에서 잔해로 떠돌다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무의미로 치부되어 소멸된 것들이 역사의 모태가 아닐 것인가.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간이역 같은 것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고속철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간이역에서의 잠시의 하차가 우리의 삶의 여정을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역사에서 기억되지 못한 간이역들은 얼마나 안쓰럽고 애잔했던가. 그 ‘폐허’ 속에서 여전히 ‘상처’로 남아 흔들리고 있는 내 삶의 잔해들. 비록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잠시, 아주 잠시라도 한번만 흔들리면서 만나고 싶은 서럽고 아름다웠던 순간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