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과장법
/심호택
이마에 사마귀 난 황원택 선생님
게슴츠레한 눈이지만 게으른 분 아닙니다
국사 시간 우리나라 지도 그릴 때
쓱쓱 재빨리도 그리는데
영일만 토끼꼬리를 원산 앞바다까지 확 치켜올리면
교실 떠나가던 웃음소리
우리들 어려울 때 웃음도 서툴 때
지나칠수록 반갑고 훈훈하던 것
그 아름다운 과장법
선생님 수업시간 기다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기꺼운 웃음 나누면서
우리들 모두 힘을 냈습니다
- 심호택 시집 ‘하늘밥도둑’ / 창작과비평사
마흔 넘어 신인이 된 심호택 시인의 시는 편 편마다 아릿한 웃음을 선사한다. 꾀죄죄한 땀으로 뒤범벅되었다가 선머슴 같았다가 어머니·아버지 형 고모였다가, 묵은내 펄펄 나는 아날로그식으로 웃고 울게 한다. 영일만 토끼 꼬리를 원산 앞바다까지 확 치켜 올려서 그려놓는 아름다운 과장법! 옛 선생님들은 모두 화가셨다. 지도를 쓱쓱 어찌나 재빨리 잘 그려놓는지 신기했다. 별명이 곧 이름이었던 선생님들, 무섭게 호령해도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시간들. 이제는 지도의 토끼 꼬리 주둥이 앞다리 뒷다리 모두 휴대전화에서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총천연색으로 나온다. 칠판 위 그 많던 흑백지도들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순하게 남아있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