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백반
/신달자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집에 없고
상가 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
혼자 먹는 가정백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
- 신달자 시집 ‘살 흐르다’ / 민음사·2014년
남편 떠나보낸 뒤에 ‘혼자 밥’을 먹었다는 시인. 줄여서 ‘혼밥’이라고도 하던데 ‘혼’은 영혼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겠다. 전철 문이 열리면 순대 옆구리 터지듯 꾸역꾸역 기어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외로운 사람들. 집에는 밥이 없나 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 쓸쓸함이 가득하다. 기웃기웃 시인도 집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후루룩 콧물을 훌쩍이는” 이 저녁에 문득 나도 어머니가 그립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