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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우리가 중국이다

 

중국 고전에 나오는 중국이라는 말은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곳, 즉 나라의 중심을 의미하였을 뿐 국가의 명칭은 아니었다. 중국이 나라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청나라 시대였다. 정식으로 국가 명칭이 된 것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 약칭으로 중국이라고 하면서부터다. 우리는 중국 하면 대륙기질을 떠올린다. 느긋하고 쉽게 화내지 않고 또 금세 잊어먹지 않는, 큰 규모와 긴 안목을 가진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연예인들의 공연 제한으로 시작해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영업정지, 한국여행 금지, 화장품 수입제한 등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자발적 불매운동처럼 보이게 하고, 전면적 수입금지가 아니라 교묘하게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롯데가 부지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사드배치를 못했을 리 없다. 이런 치졸한 조치들을 보면 전혀 대국답지 않다. 우리 중간재를 수입하여 가공수출하는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소비재나 연예, 스포츠 등에만 제재를 가하는 것 모두 속이 들여다보인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전혀 중국답지 않아

사드는 지상 40-150㎞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다. 중국정부는 미국이 사드를 통해 자국을 감시하고 나아가 사생활까지도 노출된다고 적극 반대한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한 자괴감의 표현이 아닐까? 근본 원인과 자국의 무기력을 외면한 채 결과물인 사드에 대해서만 연일 공격하는 것은 논리모순이다. 더구나 중국도 한반도는 물론 태평양의 미군기지까지 탐지하는 레이더망을 갖추었고, 사드를 빌미로 더 고성능으로 배치했다고 한다. 결국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은 미국이 자국 근처에서 활동하는 자체가 못마땅한 것이다. 차라리 사드를 우리가 매입해서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면 중국이 보복조치를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직접적인 대응을 못하니까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나라에만 보복을 한다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야말로 쩨쩨한 나라다. 그런데 천하의 중심, 가운데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면, 우리가 중국이다. 이어령의 저서 ‘지의 최전선’에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중국이나 일본에 가서 일기예보를 보면 왼편부터 중국-한국-일본이 나오는 지도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일기예보에 나오는 바로 그 지도다. 분명히 한국이 가운데 있다. 그러니 우리가 중국이다. 적어도 세 나라 가운데서는 우리가 중국이다. 중국이 중국답지 못하고 소국처럼 행동할 때, 우리가 중심을 잡고 있으면 우리가 중국이고 동북아의 중심국가다. 트럼프의 미국도 대국답지 않게 자국이익 우선주의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중심을 잡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해 나가야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스포츠 행사까지 이유 없이 불참하는 중국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지난 22일 우리가 중국군 유해 28구를 송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도 맞대응하여 유해송환을 미루거나 23일 중국에서 치러진 월드컵예선전에 토를 달면 우리도 중국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손님을 불러놓고 우리 애국가에 야유를 보내는 중국사람들과 삿뽀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를 견제하려고 링크 사용을 하루 30-40분만 배정한 일본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아무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고, 무역보복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사드가 북한까지만 탐지하는 방어용이라고 하지만, 모드를 바꾸면 중국까지 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솔직히 인정하자. 이번 기회에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을 줄이고 관광객 유치도 다변화하는 등 발전적 계기로 삼자. 그래야 중국사람에게 우리가 중국이고 당신들은 소국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미국 의회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낸다고 한다. 탄핵정국이라 행정부 공백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회차원에서도 아무 목소리를 못 내는 우리와 비교된다. 우리를 속국으로 보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중국을 아예 무시하고 그야말로 대국을 자처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