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길에 올랐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귀국하면서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문정왕후 어보(御寶)와 현종 어보도 함께 돌아왔다. 종묘 정전과 영녕전에 봉안돼 있던 어보는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을 위해 제작된 의례용 도장으로 왕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번에 돌아온 어보는 지난 6·25 전쟁 전후 외국으로 불법 반출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넘어갔다가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4년 간 협의한 끝에 성과를 얻어냈다.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 반환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 중인 지난 30일(현지시각) 어보 양도서를 미국 대표가 한국 대표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실 이번 우리 문화재 반환에 공이 컸던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국회의원(오산)과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교수 등이다. 이들은 지난 2013년 9월 혜문스님(문화재 제자리찾기 대표)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카운티박물관(LACMA)을 두 차례나 방문, 적극적인 협상을 벌였다. 당시 프레드 골드스틴 LACMA 수석 부관장이 “어보가 종묘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사실이 분명하므로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던 것이다. 안 의원과 김 교수 등이 그동안 끈질기게 증거를 수집하고 반환을 요구해온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이제 앞으로가 문제다. 이를 계기로 해외에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6만점 정도의 우리 문화재를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에 약탈해 간 것으로 문화재청은 파악하고 있다. 어보 반환에 기여해 이번에 한미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했던 안민석 의원은 ”이제 해외 문화재 환수에 보다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민간과 정부가 다같이 힘을 합치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나라 기황후가 금강산에 설치한 범종을 일제시대 때 일본 승려가 몰래 실어내 중국 대련에 가져다놓은 것도 확인한 바 있다며 아직 찾아와야 할 문화재가 해외에 많다고 말했다.
약탈 문화재는 관례 상 해당국에 반환해야 한다는 게 최근 국제사회의 흐름이다. 합법적인 소장 경위를 증명하지 못하면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나마 사실이 입증되면 돌려주지만 중국은 아직 외국에 문화재를 반환해 본 적이 없다. 차제에 해외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 조상의 얼을 오늘에 되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