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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청동거울의 비밀

 

 

 

꽃단장하고 가을단풍을 즐기기에 좋은 나날이다. 예쁘게 치장을 하려면 당연히 거울이 있어야 한다. 거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청동거울이다. 청동거울은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이다. 오늘은 청동거울 중에서도 좀 더 특별한 거울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1960년대 논산훈련소에서 참호를 파던 군인들의 일손이 갑자기 중단됐다. 땅속에 묻혀있던 아주 기이한 물건 때문이었다. 이 물건의 정체는 그로부터 10여 년 뒤 전남 화순에서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밝혀지게 된다. 바로 청동거울이었다.

이 청동거울은 국보 141호로 지정되면서 사람들에게 ‘국보경’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지름이 21.2㎝인 이 국보경은 청동거울 중 큰 사이즈에 속한다. 거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1만3천여 개의 정교한 선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선과 선 간격이 0.3㎜정도이니 얼마나 세밀한 작품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국보경에는 동심원도 만날 수 있는데, 100여 개의 동심원이 새겨져 있다. 청동거울에는 2개의 고리도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 국보경의 정식 명칭은 ‘다뉴세문경’이다.

이 거울을 만나는 순간 ‘아, 이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국보경은 도면화 작업을 완성하는데 8개월 정도가 소요된 아주 걸작이다. 그렇다보니 국보경을 재현해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에 속했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신분이 바로 경기무형문화재 제 47호이신 이완규 선생님이시다.

청동거울은 박물관에서 설명을 들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지배자의 위세품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울은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활용품으로 정말 지배자의 위세품으로서만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당연히 청동물건이 귀한 시기라 청동거울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세품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활용품으로도 당연히 사용되어졌다. 바로 거울로서의 역할이다. 새로 제작한 청동거울에 우리의 얼굴을 비춰보면 지금의 유리거울과 비교했을 때 90%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청동거울은 지배자의 위세품의 역할만이 아닌, 실제 생활용품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리거울은 우리나라에 언제부터 들어오게 되었을까? 유리거울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이다. 영조41년 북경에 갔던 ‘홍대용’이 거울가게를 묘사한 기록을 보면 우리가 어렸을 적에 거울가게에 가서 느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

‘거울가게를 처음 들어서면 누구나 어리둥절해지고, 그 안에 썩 들어서면 마치 천 개, 백 개의 분신이 있는 듯 하고, 너무도 황홀해서 한동안 어리둥절하게 된다’라는 내용이다. 북경에 가서 신기한 경험을 한 것을 기록했을 것이니 이 시기는 유리거울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조시대의 기록을 보면 유리거울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조께서 유리거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는데 바로 ‘거울조각 같은 쓸데없는 물건’이라 표현한 것이 그것이다. 당시 정조는 교역을 통해 우리나라의 진귀한 물품들이 다른 나라로 나가고 대신 들어오는 것이 ‘유리 거울 같은 것’임을 언급한 것인데, 이를 통해 정조가 유리거울을 그다지 달갑게 생각지 않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정약용도 ‘지방관에게 주는 뇌물’로 유리거울이 사용되고 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뇌물로 사용될 정도면 상당히 고가의 물건에 해당된다. 뇌물로 사용될 정도로 고가의 물건이었던 유리거울은 19세기에는 서민들의 삶에도 자리하게 된다. 19세기에 그려진 풍속도를 보면 머리를 얹을 때 작은 유리거울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동거울로 시작한 여행은 유리거울까지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로 이어진다. 청동거울인 국보경은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을 가면 만날 수 있다. 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단풍이 멋진 요즘에 청동거울을 만나 거울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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