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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가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 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이야기가 줄줄이 끌려 나온다



심심할 때 어머니를 훌러덩 뒤집어보면

온갖 잡동사니 사랑을 한꺼번에 다 토해낸다



뒤집힌 어머니의 안쪽이 뜯어져

저녁 햇빛에

너덜너덜 환하게 웃고 있다



- 박남희 시집 ‘이불 속의 쥐’


 

어머니는 우리의 영원한 주머니다. 언제 어디서나 손을 넣으면 그 안에서 끌려 나오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주머니는 내가 처음 자궁에 잉태될 때 생성된 것이며 이 세상 태어나 살아오면서 축적된 것들이 기억이란 이름으로 담겨있다. 언제나 나를 받아주고 꺼내주고 심지어 오래된 먼지와 오래 씹다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꺼내주는, 그 깊이와 넓이를 측량조차 할 수 없는 우주다. 우리는 심심할 때도 괴로울 때도 그 주머니를 뒤집으며 힘을 얻는다. 위로와 휴식을 내어주는 시간으로 인해 안쪽이 너덜너덜해진, 그래도 언제나 웃고 계시는 어머니,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길까지 담고 있는 그 주머니는 이 세상 유일하게 문이 활짝 열려있는 집이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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