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에
김운기
마른 가로수들은
내 이십대처럼
거리를 헤매고 있다
구세군 방울소리에
삼백 예순 다섯 날
잊고 있던 이름들은
깨어 나오고
먼데 그리움이
바퀴처럼 뒤따라 와서
지친 숫자를 보태고
성큼,
저만치 달아나는 한해의 끝
마른 낙엽처럼
우편함에 꽂힌 엽서 한 장
‘근하신년謹賀新年’
- 김운기 시집 ‘그대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