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福
/마경덕
동네 자장면 집에 福자가 거꾸로 서 있다 오가며 만나는 뒤집힌
바로 선 福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간다는데
뒤집히고 거꾸로 처박혀야 福이 온다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속 좀 그만 뒤집으라 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개골창에 그만 처박히라고 했다 뒤집히고 처박혔지만 우리 집엔 福이 오지 않았다 금주를 맹세한 남자들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 마경덕 시집 ‘사물의 입’ 중에서
사는 것이 고단해서 술을 마셨을 것이다. 동네에서 술을 많이 마신 남자들은 하나 둘 죽어나갔다. 길에서 술 취한 아버지를 만나면 반가움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늘 난감한 표정이었다. 똑바로 서 있으면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간다는 福, 그래서 뒤집히고 거꾸로 처박혀 바로 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자장면 집의 福. 얼마나 간절하면 어머니는 두 손을 싹싹 빌듯이 빌면서 福을 기원했을까. 술 취한 아버지는 어머니 속을 뒤집고 술 취해 개골창에 처박힌 할아버지는 할머니 애간장을 녹였다. 외줄을 타듯 늘 아슬아슬한, 오늘도 무사한 것이 福 아닐까.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