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안치다
/김효선
사막은
가도 가도 꽃이었다
밥 대신 꽃을 안쳤다
꽃을 먹다 여러 번 토하기도 했다
당신의 어깨에 쏟은 꽃들
기다림 끝에 당도하는 사람 하나쯤
가져야 한다고
싱싱한 발목을 모래 위에 내놓았다
가도 가도 꽃이었다
흰 꽃들이 무더기로 늘어났다
뜨거운 것들의 내부는 얼마나 차가운지
하지 말아야 할 말들만 씹혔다
모래 위에 뱉어낸 꽃들
시들어버린 발목을 숨겼다
가도 가도
너라는 사막을 다 건널 수 없다
- 김효선 시집 ‘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 중에서
내가 만난 너는 사막이었다. 사막이니, 손에서는 버석거리고 마음에서는 흘러내리는 모래가 가도 가도 끝이 없겠다. 밥이 아닌 모래가 씹히고 뜨겁다 믿었던 너의 내부는 차갑겠다. 그런데 ‘사막은 가도 가도 모래였다’여야 했는데 ‘모래’가 ‘꽃’으로 바뀌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래가 아닌 ‘너’는 없을 듯도 하다. 어차피 그렇다면 모래를 꽃으로 읽고 꽃으로 보고 꽃으로 대하자. 비록 싱싱하던 발목이 시들어버리기는 하였으나, 너에게 이미 들여놓은 발목을 다시 거두어들일 수는 없는 일, 너를 다 건너갈 수는 없다 해도 이제 와서 너를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