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희
목이 말랐습니다.
긴
기다림
동판 지붕 위에
음계 새기며
흐르는 밤
한 자
두 자쯤
깊숙이 스미어
창백한 뿌리골무
그 가쁜 숨이
느른해질 때까지
어둠과 슬픔을 멀리하며 밝음과 명랑을 지향했던 불운들이 겨울비와 함께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밤이 깊을수록 상념의 밤들로 가득한 밤의 정적함 들이 몰려오겠지만 일상의 교양 체험을 통해 습득한 자연현상의 투박한 관념어를 정리하고 나면 목이 말랐던 경험의 언어들이 희귀하게 될 것이다. 느림과 기다림에 의해 산다는 순환의 법칙은 필요하다. 참다운 예술의 세계로 가지 않더라도 가난과 고독과 슬픈 천명을 겨울의 밤을 빌려 삶의 표현을 위해 삶의 소유라는 희생을 통해 시인의 길을 가야 하는 회고와 성찰은 그래서 더 깊어가는 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