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방민호
하루 종일
노란 종이배 접기
오래 잊었던
종이배 접기 노란
허공에 뜬
종이배 내가 만든 노란
하루 종일
노란 종이배 접어
무정한 파도 위에
곱게 띄우기
- 방민호 시집 ‘내 고통은 바닷속 한 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 중에서
우리의 생명은 창조론에서 비롯되었든 진화론에서 비롯되었든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지금의 ‘나’는 수억 년 혹은 수십억 년 지속되어온 내 생명의 유전자 끈이 끊어지지 않았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장구한 끈이 이어져 지금의 ‘우리’가 되지 않았는가. 부모와 형제자매와 친인척이 되어 고통과 기쁨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친구와 동지와 하물며 원수와 적들과도 같은 땅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슬픔과 즐거움을 섞어 서로 부대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304명의 생명들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였다. 벌써 4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그때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그저 다시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하루 종일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종이배를 접었을 뿐이다. 서너 다리 건너면 알 수도 있는 희생자들을 눈물로 배웅하며, 원통히 종이배만 접었을 뿐이다. 결코 잊힐 수는 없는 일이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