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었는데 죄나 지을까
/손현숙
하필이면 당신 방 창문 앞에
펑, 폭탄처럼 귀신처럼
허공을 말아 쥐는 나의 몰입
그것은 유혹이 아니라 발정이다
얌전하게 입술 다물어 발음하는
봄 따위, 난간 위를 걷는 고양이 걸음으로
한바탕 미치면 미치는 거다, 뭐
오늘이 세상 끝나는 날이다 몸을 열어
한순간에 숨통 끊어져라 하얗게 할퀴는
꽃, 곱게 미쳐서 맨발로 뛰어내리는데
모가지가 허공에 줄을 맨다
- 손현숙 시집 ‘일부의 사생활’ 중에서
안에서는 조르고 밖에서는 누르고 옆에서는 쥐어짜는 요즘 같은 때, 펑, 터질 만한 게 없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라고는 하지만 마음과 몸이 따로 놀아 몸이 하는 일을 마음이 언짢아하고 마음이 가는 곳을 몸이 부랴부랴 막아서는 요즘 같은 때, 펑, 터질 만한 게 없나. 금이 간 생활을 머리로 틀어막아도 깨진 관계를 가슴으로 접착하여도 대책이 없는 요즘 같은 때, 펑, 터질 만한 게 없나. 이럴 때에는 지금, 잠시 눈을 돌려 창 밖을 보자. 그러면 목련이 펑, 피어있을 것이다. 숨통이 끊어져라 당신의 가슴을 하얗게 할퀴는 목련이 피어있을 것이다. 되지도 않을 일은 팽개쳐두고 목련처럼 몸과 마음을 열어 ‘지금, 여기’에서 뛰어내려보자. 다른 사람에게는 말고, 나에게 고운 죄 하나 지어보자. 먼 훗날 미소 지으며 살짝 후회도 섞일 하얀 죄 하나 지어보자.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