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분명 송강호의 영화다. 본인은 즉흥성을 줄였다지만 그의 손짓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에 관객들은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효자동 이발사'의 주인공은 우연히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된 평범한 남자 성한모. 카메라는 1960년 3.15 부정선거부터 79년 12.12사태까지 20여년간 세상에 휩쓸리는 이 이발사의 뒤를 좇는다.
국가가 하는 일은 항상 옳다는 순진함. 옆집 연탄가게 아저씨에게 쉽게 굴복하는 비겁함. 각하의 목에 면도칼 자국을 내 놓고 벌벌 떠는 소심함. 이 모든 것과 함께 무엇보다 자식에 대해서는 끔찍이도 아끼는 마음을 간직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은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를 통해 관객의 가슴을 후벼댄다.
26일 이 영화의 기자 시사회 직후 주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높은 톤의 웃음과 장난기 있는 눈빛에 때때로 차분해지는 목소리까지 영화 속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는 '효자동 이발사'에 대해 "체제니 이념이니 사상이니 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살아가는 데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송강호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번(살인의 추억)에는 80년대가 배경이더니 이번 영화에서는 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딱히 그 시대의 얘기가 좋아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 과거에 대한 향수나 무슨 아픈 기억 같은 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실제 아들이 영화 속 아들 낙안이보다 한 살 어린 아홉 살이다. 따라서 딱히 생경함 같은 것은 없었다. 그때의 자식 사랑은 요즘의 그것과 다른 게 있다. 요즘에는 부모가 건강하라거나 거짓말 하지 말라는 식의 얘기를 하지만 당시에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것이 다였다.
당신들은 가난하고 못 배웠어도 아이들은 좀 더 낳은 인생을 살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정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감정의 깊이였다. 그 어려운 시대 아버지들의 선 굵은 그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겠는가.
-재미있는 대사가 많다. 즉흥 연기(애드리브)가 많았던 편인가
▲손짓 정도는 있었겠지만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살인의 추억' 때는 캐릭터 형성을 위해 애드리브가 필요했지만 '효자동…'에서는 즉흥 대사가 없을수록 좋다고 판단했다.
배우가 웃겨야지 하는 의도를 가지면 건강한 웃음이 못 되는 것 같다. 순간의 재미를 좇으며 얄팍한 웃음을 만들다보면 성한모라는 캐릭터의 순수성은 훼손될 것 이라 생각했다. 성한모는 개성이 강한 인물이기보다 그 시대 아버지를 대표하는 인물 아닌가. 특징이나 색깔을 띨수록 작품에는 훼손되는 것이다.
-그 시절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어떤 게 남아 있나.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힘들게 당시를 살아오신 분이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보통의 아버지이셨다. 아버지는 화가로 어릴 적 교편을 잡으신 적도 있다.
-1967년생이니 영화 속 낙안이보다 일곱 살 정도 어린 셈이다. 어릴 적 추억은 어떤 게 있나.
▲초등학교 때 유신헌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세뇌교육을 받던 게 생각난다. 당시를 생각하면 북한과 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도 유신 얘기 뿐이었으니까. 획일화한 독재사회였다는 잔상 정도가 남아 있다.
-관객들은 송강호라는 배우를 영화에서 보면 일단 웃음부터 나오는 듯하다.
▲칭찬인 것 같다. 이전 작품들을 통해 나에 대해 유쾌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넘버3' 후 한동안 그 영화의 이미지가 상당히 오래가더라.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영화) 때문에 (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좋지만 (다른 모습을) 알아줬으면 하는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었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무엇인가
▲요즘은 예전과 패턴이 달라져 작품이 들어가려면 한참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친다. 내 경우도 기획단계에 캐스팅되기 때문에 지금도 다음 작품들이 결정돼 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효자동…'의 경우는 영화사나 나나 모두 운이 좋았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얘기다. '살인의 추억'이 끝나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려고 했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작가의 목소리가 높지 않으면서도 근대사에 대한 강렬한 아픔과 넉넉한 웃음을 함께 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좋았다. 좋은 시나리오이고 내게 맞을 역이면, 그리고 스케줄이 맞으면 영화 출연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차기작 '남극일기'에서는 맡은 탐험대장 역은 한동안 봐왔던 역할과 달라보인다.
▲'효자동…'과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할리우드 산악영화와 달리 드라마가 강한 영화다. 등장인물이 여섯 명이니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한 달 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