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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4

/윤인미

딱,
그녀가 머문 그곳까지만 가 보자

늘 입던 육체는 집에 두고
그녀의 것과 비슷한 것을 구해서 입고 가 보자
보폭도 기억해 흉내를 내 보자
기억이 축축한 그 지점에 도달하면
그녀의 행세를 제대로 해 보자
귀를 막고 뱉는 나의 말에
얻어맞아 피를 흘리며
아파하는 그녀를 재현해 보자

그녀에게 가는 데 한 생이 다 걸린다

- 윤인미 시인의 시집 ‘물의 가면’ 중에서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의나 정의를 위한 희생인가, 부나 명예를 쌓는 일인가. 우리는 이념이나 신념을 좇아 한 생을 다 걸고 사는 무릇 훌륭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동경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칫 공허한 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는 삶의 큰 의미보다는 구체적인 ‘한 사람’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보다 인간다울 수 있다. 더욱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것도 ‘나의 말’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다면 그에게 먼저 달려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재현해보기 위해서, 내가 그가 되어, 그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가서, ‘인간’이라는 동병상련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 ‘그에게 가는 데 한 생이 다 걸린다 해도’ 썩 괜찮은 삶이 될 것이다.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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