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감자 세 알
/정진규
사무실 건물 환경원 아줌마가 옥상에 감자를 심어 길렀다고 오늘 캤다고
뜨끈뜨끈한 주먹만 한 감자 세 알씩을 사무실마다 돌리며
귀한 거니 잡수어보시라고 했다
세 알을 맛있게 다 먹었다
먹는 일이 제일로 귀하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귀하다는 말! 진종일 내가 귀했다
- 정진규(1939~2017) 시인의 시집 ‘공기는 내 사랑’ 중에서
귀한 감자를 본다. 감자 세 알을 맛있게 먹는 귀한 몸을 알게 된다. 옥상에 심었다면 수확이 많지도 않았을 감자를 이웃에게 돌리는 아줌마의 귀한 마음도 읽는다. 오늘은 무능과 무지와 부덕을 탓하며 내가 함부로 다루고 상하게 했던 귀한 내 몸과 마음을 보듬어주기로 한다. 작은 소리로 내가 귀한 내 이름도 한번 불러주기로 한다.
/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