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문태준
내 가슴은 파도 아래에 잠겨 있고
내 눈은 파도 위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고
당신과 마주 앉은 이 긴 테이블
이처럼 큼직하고 깊고 출렁이는 바다의 내부, 바다의 만 리
우리는 서로를 건너편 끝에 앉혀 놓고 테이블 위에 많은 것을 올려놓지
주름 잡힌 푸른 치마와 흰 셔츠, 지구본, 항로와 갈매기, 물보라, 차가운 걱정과 부풀려진 돛, 외로운 저녁별을
‘눈’과 ‘가슴’ 사이에 ‘나’는 존재한다. 나와 너 사이에 놓인 ‘긴 테이블’은 합류할 수 없는 두 지점을 견고하게 하고, 이 구역은 ‘큼직하고 깊게 출렁이는 바다의’ 속성을 지녔다. 나는 좁혀질 수 없는 혼돈의 간격을 끌고 가는 존재이다. 마음과 머리가 일치할 때 자유를 갖는다면, 갈 수 없는 곳을 꿈 꾼 자는 가혹한 고통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나와 너는 푸른 허무를 탄생시킨다. 다시 말하면 나와 너는 고통으로 재창조되는 존재들이다. /박소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