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牙川
/강기원
알고 계시나요
눈동자 없이
눈썹만으로 우는 여인
사막의 석양 아래
함부로 떨구지 않는
붉은 눈물
머금고만 있는 여인
알고 계시나요
자신의 늑골 밟고 가는
거친 발굽들
천 년 동안 어루만져 보내는
여리고 단단한 가슴
알고 계시나요
하룻밤 사이 돌변하는
변덕스런 사내들 고스란히 견디며
소리 내지 않는 모래 울음
당신 귓속에 조심스레 붓고 있는
사막의 문둥이 같은 그 여인
-시집 ‘내 안의 붉은 사막’
둔황의 명소 명사산과 월아천!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곳입니다. 가고자 벼르기만 하고 있는 이 여행지를 시로 만나는군요. 눈썹만으로 우는 여인이라니요. 사막을 오가는 이들에게 환희로운 오아시스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고단한 생들의 여러 이력들이 스쳐가는 곳이어서 실은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긴 명사산이 그 고운 모래울음을 밤새워 퍼내고 있으니 곤륜산맥에서 비롯한 저 장구한 세월의 물줄기도 울음으로 솟아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도 저 여인의 눈물이 사막을 횡단하는 고단한 삶에게 오아시스인 것만은 분명해보이네요. 그나저나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에 저 월아천 같은, 오아시스 같은 시원한 물줄기가 못내 그립습니다. 삭막한 가슴들 달래줄 그렁그렁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저 여인의 푸른 샘물 같은.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