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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가는 배우 유지태

`올드보이' `여자는…' 동시출품 행운누려

올해 칸영화제는 유지태(28)라는 젊은 한국 배우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칸영화제에 참가하는 언론은 대략 70여 개국 4천여 매체. 유지태는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 한국이 출품한 두 편의 경쟁작 모두에 출연해 세계 영화인과 영화팬들을 만난다.
한 배우가 두 편의 영화로 칸영화제를 찾은 것은 영화제 역사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드문 일. 올해는 유지태를 비롯해 장만위(張曼玉)까지 이례적으로 두 명의 배우가 작품 두 편을 경쟁작 목록에 올려놨다.
3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덤덤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의례적 겸손함은 아닌 듯. 그는 "상이나 영화제 초청보다는 열심히 영화작업하는 것 자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칸영화제가 왜 대단한지 설득시키려 하는데 아직 설득에 넘어간 적은 없어요. 그것은 달나라 여행과 같아요. 처음에는 소란스럽지만 나중에는 가는지 안 가는지에 관심조차 없어지는…. 영화제(출품이나 수상)도 우리 나라에서 그런 식이 될 때가 있겠죠."
그는 나이가 들수록 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최근 한 연극 출연에서도 그것을 절실히 느꼈단다.
두 편의 출품작 중 '여자는…'는 5일 관객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두 남자가 옛 연인 선화를 만나러 가는 이틀간을 그린 이 영화는 스타급 배우 유지태와 작가 홍상수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지태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를 위해 20㎏이나 몸을 불려 출연한 사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극중 유지태가 맡은 역은 대학 강사 '문호'.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의 독특한 위치나 전작들을 보면서 생긴 호기심에서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며 배역에 대해서는 "치졸함과 순수함 등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표현됐고 그런 점 덕분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촬영중 불어났던 몸은 두 달여 만에 바로 원상복구됐다고. 유지태는 자신의 비대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울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다가 우셨대요. 다시는 벗는 장면은 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베드신에서 보인 처진 뱃살이 가슴 아프셨나 봐요. '올드보이' 때도 그러셨어요. '올백'으로 헤어스타일을 바꾸려고 약을 바르고 잤더니 아침에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더군요. 그땐 머리카락을 주우시면서 우셨죠."
그는 자신을 '붉은 돼지'로 표현하면서 어머니와 에피소드를 하나 더 들려줬다.
"제가 술 마시면 온 몸이 빨개지거든요. 어느날 술 먹고 집에 들어가서 웃옷을 벗고 자다가 나왔는데 마침 식사중이시던 어머니가 숟가락을 놓으시더군요. 그때 제 모습이 완전히 '붉은 돼지' 같았던 거예요. '돈 안 벌어다 줘도 괜찮으니 살 좀 빼라'시더군요."
'여자는…'의 촬영이 끝난 후 이달 초까지 유지태는 연극 '해일'의 연습에 시간을 쏟았다. 아침 9시 연습실에 출근, 하루 내내 연습이 하루 일과. 덕분에 그는 영화 데뷔 후 처음 출연한 연극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따라서 칸영화제 참석은 그동안 쉴 새가 없었던 그에게 좋은 휴식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칸의 계획을 묻자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향후의 바쁜 일정을 늘어놓았다.
"칸에 가서 술도 마시고 해변도 걷겠지만 사실 마음이 편치는 않아요. 귀국해서 3일 있으면 차기작 '남극일기'가 촬영에 들어가고 연출하려는 단편영화도 있거든요. 너무 바쁘지 않느냐고요? 젊은 게 바쁘게 지내야죠…."
결혼하면 지금보다 일을 덜하게 될 것이라는 유지태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라고 말하면서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싶다는 소망을 감추지 않았다. 결혼은 그가 꾸는 가장 큰 꿈 중이다.
"쭉 어머니와 둘만 살았거든요. 명절 때 어머니와 외식을 하면 우리 테이블만 유난히 썰렁하더군요. 와이프와 아이까지 꽉 찬 4인용 식탁에서 행복하게 밥 먹고 얘기하고 싶은 게 꿈입니다. 물론 사람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20㎏이 쪘다가 원상태로 복구됐다. 살 빼는 게 어렵지 않았나.
▲빼는 것보다 찌는 게 어렵다. 사람이 늘어지니 활력이 없어지고 생활리듬도 깨지고. 살찌고 빼는 것은 배우로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기자들도 급하면 밤새 기사를 쓰지 않나. 일이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여자는…'의 주인공 문호는 과거의 여자 선화를 만나러 떠난다. 연애에 있어서 과거를 돌아보는 스타일인가.
▲나 같으면 선화를 만나러 안 갈 것이다.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지 돌아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굳이 만나려 하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또 만나지 않을까.
--영화 속 팔자(八字) 걸음걸이는 의도한 것인가
▲예전에 무용을 해서 팔자가 몸에 익숙한 데다 살이 찌니 자연스럽게 그런 걸음걸이가 묻어나더라. 이번 영화에서는 일부러 하려고 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능력있는 감독들과 작업한 경험이 많아 연출에서도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소소하게 체득한 것들이 많다. 가장 확실한 것은 영화를 잘 만드는 좋은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확신이 뛰어난 감독이라는 것이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여자는…'의 홍상수 감독은 일하는 스타일이 극과 극인 듯싶다.
▲박 감독은 명석하고 확실한 편이다. 계산도 철저하다. 디테일을 잘 지적해주고 굽힘이 없는 편이다. 반면 홍상수 감독은 시나리오가 아침에 나올 정도로 현장성이 강하다. 홍 감독의 영화를 극사실주의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머릿속에 상상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을 뿐이다.
--계획중인 단편영화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다섯 감독이 다섯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는 HD 프로젝트였지만 계획이 무산되면서 내 돈을 들여 제작할 예정이다. CG도 들어가는 디지털 팬터지 영화였는데 예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다른 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네 번째 연출하는 단편영화다.
--'남극일기'에서 맡은 역은 어떤 캐릭터인가
▲막내로 탐험대에서 남극을 처음 접하는 '초짜' 대원으로 출연한다. 2박 3일간 배우들이 합숙하며 리딩을 마쳤고, 이달 말 촬영을 시작해 7월부터 뉴질랜드에 건너갈 예정이다.
--연출과 연기 중 앞으로 어느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예정인가.
▲솔직히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찍고 찍히는 것 모두 어려서부터의 꿈이고 연극도 마찬가지다.
상업영화 쪽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특별히 물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어서 만들려는 것이니까. 저예산 영화의 배급로를 모색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일본은 알려지지 않은 영화도 단관개봉의 길이 있고, 홍콩도 2만 명의 예술영화 관객이 있다더라. 찾아보면 우리도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중이다.
--연극은 계속 병행할 것인가.
▲앞으로도 소극장에서 계속 훈련하고 싶다. '해일'이 막을 내린 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공연하면서 만들어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많았고…. 올 연말쯤 ('해일'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현재는 몸으로 표현하는 신체연극을 기획중이다. 실험적 창작극이 될 것이다.
--'거울 속으로'에 출연하기 전 6개월여간 일본에 머물러 일본어 실력이 좋겠다. 최근에는 영어 공부도 한다던데….
▲'봄날은 간다'의 홍보차 방일한 자리에서 갑자기 한동안 떠나 있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됐다. 극장 돌아가는 방식이나 독립영화가 살아남는 법 등에 대해 보고 싶었고 떠나 있으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었다.
일본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썼고, 한동안 더 일본에 남으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거울 속으로'의 시나리오를 보고 한국으로 돌아 오게 됐다.
영어는 계속 공부해왔다. 바빠서 자주 못 만나지만 개인 선생님도 있고 학원에서 1대1 지도도 받는데 꾸준히 못하는 관계로 잘 안 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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