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0년째를 맞은 작가 서하진(44)이 네번째 소설집 「비밀」(문학과지성사 刊)을 냈다. 「라벤더 향기」 이후 4년만에 낸 신작 소설집이다.
수록작들은 가족간의 갈등, 여성이 겪는 갖가지 억압 등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고 저항하는 중산층 여성의 내면심리를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표제작에는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마저 빼앗긴 유명 모델출신 여자의 사연이 등장하고, '불꽃 없이 끓는 방'에는 남편의 외도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여자가 스키장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여자와 만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가 딸린 남자에게 속아 결혼한 여자의 가슴앓이를 그린 '알 수 없는 날들', 생식불능자인 아버지의 두번째 부인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이 어머니와 겪는 갈등을 그린 '사심(邪心)', 한 아버지에 세 명의 어머니를 둔 주인공의 복잡한 가족사를 다룬 '낯선 방' 등 비정상적인 가족의 울타리안에서 생긴 미묘한 인간관계가 소설의 주요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뱃전에서'와 '미련함에 대하여'는 우익성향을 가진 고위 공무원 출신인 아버지의 가부장적 권위에 억눌렸던 주인공이 성장과정에서 자기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렸다.
책의 말미에 붙은 '작가의 말'에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어느 소설가가 서점에서 사인회를 하는 모습을 저자가 부러운 시선으로 엿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저자는 "내 소설이 '벼락같은' 것이 될 여지는 없을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마른 땅을 적시는 촉촉한 이슬비 같은 것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라고 소박한 희망을 내비친다. 그러나 저자의 이같은 발언은 '여성적 글쓰기'를 꿋꿋이 이어가겠다는 겸손하고도 무서운 의지를 내보인 것이자, 가부장적 권위속에서 오랜세월 내면화시켜온 나름의 저항으로 읽힌다. 272쪽. 8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