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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둑’. 간장게장의 별칭이다. 진한 간장에 은은하게 삭힌 게살의 쫀득하고 탱탱하면서도 짭쪼름한 감칠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쪽쪽 소리를 내며 연신 빨아먹고 집게다리 속살까지 발라먹은 뒤 게딱지 내장에 윤기 나는 밥 한 술 비벼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앉은 자리에서 밥 두 그릇 정도는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다.

오래 전부터 간장게장은 귀하게 대접받은 진미였다. 조선시대 문인 서거정은 간장게장의 맛을 이렇게 노래 하기도 했다. ‘눈 내린 강 언덕에 얼음 아직 남았는데/ 이 무렵 게장 가격은 더욱 비싸구나/ 손으로 게 발라 들고 술잔을 드니/ 풍미가 필탁의 집게를 이기는구나’라고. 중국에선 기원전 7세기부터 게장을 천제(天祭) 에 썼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의 옛 문헌에도 게장 음식이 많이 나오는데, 서거정 시에 나오는 진나라의 필탁(畢卓)은 술안주로 게발을 항상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시인 이태백도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 손에는 게발을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요” 하고 읊었다.

조선시대에는 민물게로 담근 참게장을 주로 먹었다. 임진강변 파주 참게 맛이 좋아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민물게가 드물어진 현대에 와서는 서해안에서 나는 꽃게를 주로 이용한다. 이중 봄에 잡히는 암놈이 알이 꽉 차서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살이 꽉찬 가을 꽃게, 수놈으로 담가야 제 맛이라고 한다.

봄 꽃게에 비해 단백질과 칼슘, 미네랄, 비타민 A 등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 꽃게는 오메가3 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게장이외의 조리를 해 먹어도 좋다고 한다. 특히 비타민과 무기질, 리신과 로이신 등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은 물론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좋다. 여름이 물러가는 끝자락, 해양 수산부가 9월의 제철 수산물로 꽃게를 선정한 가운데 요즘 서해안에서 가을 꽃게가 대량으로 출하되고 있다. 살이 꽉 찬 가을꽃게, 생각만해도 입맛이 당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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