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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82년생 김지영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해서 한창 SNS에서 이슈가 될 때였다. 페이스북에서 한 대학선배가 영화를 본 소감을 써 놓았는데 김지영의 병이 너무 맥락이 없이 구조와 환경 때문이라고 해석해 버리면서 해결방식에도 스스로 자각이 사라졌다고 하였다. 자주 들어가지 않는 페북이지만 그날따라 그 글이 눈에 들어와 댓글까지 보게 되었다. 페미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등 중동지역 여자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한국여자들은 호강에 겹다고 분노할거라고 하는 글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보는 순간 불쾌감이 확 올라왔다. 그 글이 만약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신경쓰지 않았을 텐데 이 선배는 대학교 때부터 20년동안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공론의 장에서 뚜렷한 의견개진을 하며 박학함을 드러내었던 한때 우러르는 눈길로 바라봤던 분이었다. 그래서 이 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하는거면 영화가 표현하는 수준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선배를 비롯해 이런저런 페북의 남성들의 댓글들을 보면서 영화가 좀 엉성하게 만들어졌겠거니 생각했다. 선배 정도의 지성은 정말 여성들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면 사회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분들은 당연히 공감을 할 거라고 하는 기대치가 있었다.


영화는 이런저런 일로 개봉시기가 좀 지나서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보게 되었다. 웬걸, 작은 화면 속의 김지영이지만 나는 공감이 많이 되었다. 좋은 남편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시댁과 김지영 사이에서 남편은 김지영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 어느 명절을 맞이하여 시어머니는 김지영이 하고 있는 설거지를 남편이 도와주려하니까 김지영에게 뭐라고 하고 김지영은 남편이 도와주려하는걸 하지말라고 하면서 ‘집에서는 제가 다해요 어머니’라고 하지만 더 불편해 진다. 정작 김지영은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자아성취에 대해 열망이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답답해하면서 집안일과 애를 키우는것까지 다 도맡으면서도 집에서 쉬는 사람취급을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불현듯 알게 되었다. 정말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는구나. 적어도 50대 초반의 그 선배와 선배의 동료들은 그랬다. 여성에 대해서 결혼해서 임신해서 출산하고는 집에서 애 키우는 것이 편하고 좋다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 이런 출산과 육아로 주부로 지내는 것을 집에서 논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산과 육아라는 것이 얼마나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과정인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아마 모를 것이다. 한의사면허를 따고 수련의 생활을 하고 페이닥터를 하고 그 수많은 공부를 하며 익혀왔던 일을 힘들면 쉬면서 애 키우라고 하면서 선심쓰듯이 이야기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도 몰랐으리라.


아마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도 김지영처럼 정신줄을 놓았을 것 같은 경험도 하였기에 82년생 김지영의 빙의설정도 과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영화를 열심히 봤고 글도 썼으나 보고난 감상을 페북에 감히 올리지를 못했다. 당신이 틀렸노라고 진보니 사회변화니 약자에 대한 이해를 외치던 당신에게 실망했다는 말을 올리지 못햇다. 몇번 이고 썼다가 지웠다. 당최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았다.


A.C(After Corona 19)시대가  되니 많은 이들이 변화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연대를 이야기한다. 용기를 내 가슴을 열어 한줌 이야기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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