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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부정’으로 표현하는 시대

아이들의 말을 상세하게 들어보면 부정적 표현이 많다. 엄마~ 나 목욕하면 안돼? 식당에서 이모, 김치 더 주시면 안돼요? 돈을 내는 밥을 달라면서도 사정을 한다. 밥 한 공기 더 주시면 안돼요? 왜 안되는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엄마의 결정력이 강세인 모계(母系) 중심사회라서 그럴까? 모든 식당의 여사들은 이모(姨母)이고 고모(姑母)는 없다. 아직도 이모는 편하고 고모는 어려운 분일까.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일까. 식당에서 공기밥을 더 주고 돈을 받으니 안될 일이 아니다. 당연히 된다. 이제 더 이상 안 되느냐고 말로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이모님,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 깍뚜기가 맛있는데 조금 더 주세요.


마트에서는 안 팔아요, 없어요로 질문한다. 여기 라면 없어요? 아니다, 라면은 어디에 있나요? 없을 수 없는 물건을 없느냐 물으니 답답하다. 거기에다 전자제품을 설치하는 기사님들은 전자기기를 할아버지처럼 대한다. 여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세요. 바람이 할아버지 아니고, 전자기기가 할머니일 수 없는데 존칭을 쓴다. 조금 수준급의 가게에서는 계산을 도와드린단다. 물건값을 내고 받는 것이니 계산을 하는 것인데 왜 도와드린다 할까. 지나친 예의를 차리다보니 물건에도 존칭을 쓰곤 한다. 카드로 내시면 할인이 되신단다. 이러다가 하늘에서 소나기님이 내리실 날이 오겠다.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쓴다. 세상사에 너무 예쁜 것은 없다. 아름답고 예쁜 것이다. 너무 비싼 것은 있다. 그러니 예쁜 것에 더하고 싶으면 참으로 예쁘다, 아주 참 예쁘다 했으면 한다. 너무 예쁜 것은 예쁜 것의 기준에 초과한다는 말인가. ‘같아요’라는 말에도 이의가 있다. 예쁜 것 같아요. 맛있는 것 같아요. 확신없는 표현이다. 이 꽃은 예쁘고 아름답다. 음식이 참으로 맛있다.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여자친구가 ‘나 신발 샀어!’라고 말하면 남자친구는 ‘너에게 참 잘 어울린다. 참 예쁘구나!’라고 답해야 한다. 쌍둥이 남매의 누나가 남동생에게 연애 훈육(訓育)하는 말이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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