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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유산, '세계유산'으로

고구려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특정국가를 뛰어넘어 세계가 누려야 할 가치가 있는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 거듭나게 됐다.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28일 개막된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 참석중인 한국측 수석대표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은 29일 "북한측 대표와 만나 관련 사항을 협의한 결과 중국의 고구려 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하기로 했으며 중국측도 북한의 고구려 문화유산 등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중국 영토에 있는 고구려 유적은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으로 각각 개별 등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세계문화유산'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새로이 이름을 올릴 북한 소재 고구려 문화유산은 공식 명칭이 '고구려 고분군'(The Complex of the Koguryo Tombs)이다. 명칭이 시사하듯 모두 고구려인들이 남긴 무덤이다. 그 목록은 5개 지역에 산재한 고분 63기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벽화고분이 16기이다. 그 구체적인 유산은 다음과 같다.
△동명왕릉 주변 고분군(15기/이중 벽화고분 3기) △호남리 사신총 주변 고분(3 4기/벽화고분 1기) △덕화리 고분군(3기/벽화고분 1기) △강서삼묘(3기/벽화고분 2 기) △독립 고분(8기/벽화고분 8기).
북한은 지난해 제27차 파리 총회에서 이들 유적에 대한 등재신청을 했으나 만주지역 유사 분묘를 포함한 비교연구와 중국과의 공동등록, 고분에 대한 진정성(Authenticity) 평가 및 원형 훼손, 고분 비공개로 인한 추가조사 필요 등을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사상 처음으로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반면 소위 '동북공정'과 관련해 국내에서 많은 논란을 초래했던 중국측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그리고 귀족의 무덤'(Capital Cities and Tombs of the Ancient Koguryo Kingdom)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를 앞두고 있다.
영문 제목에서 주목을 요하는 표현이 고구려의 '수도'가 하나가 아니라 복수를 의미하는 'Cities'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고구려가 기원전 37년 건국 이후 여러 차례 도읍을 옮겼고, 거기마다 많은 유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측이 등재를 신청한 문화유산은 이들 각 도읍지에 집중적으로 포진하고 있다. 북한측의 등재신청 내용과는 달리 무덤 외에도 수도와 관련된 왕성(王城) 등이 포함돼 있다.
신청 목록을 구체적으로 보면 △오녀산성 △국내성 △환도산성 △통거우(洞溝) 고분군 △태왕릉과 광개토대왕비 △장군총 △오회분 △산성 아래의 고분들:왕자총(王字墓) △기타:염모총ㆍ환문총ㆍ각저총ㆍ무용총ㆍ마조총(馬槽墓)ㆍ장천 1호분ㆍ장천 2호분ㆍ임강총(臨江墓)ㆍ서대총(西大墓)ㆍ천추총(千秋墓) 등 총 43건이다.
▲북한과 중국의 향후 움직임
앞으로 관심은 무엇보다 북한과 중국이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들 유적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모아진다.
두 지역 모두 외부에서 접근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또한 최근 들어 부쩍 만주 소재 고구려 관련 일부 유적들에 대해서는 외부인, 특히 한국인의 접근을 봉쇄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이런 '폐쇄성'은 종전에 비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북한 또한 어떤 식으로든 지금까지보다는 이들 문화유산에 대해 철저히 빗장을 걸어잠글 만한 명분이 약화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이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그 정치적 목적이야 무엇이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 대한 보수 기간 외부인의 접근은 원천봉쇄됐다.
혹자는 중국측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고구려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킴으로써 고구려사가 중국사 일부임을 선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짙게 깔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실 국내에서 동북공정을 두고 온나라가 고구려를 중국에 통째로 빼앗기게 될 듯이 분개하고 흥분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만주 소재 고구려 문화유산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이면에는 고구려사의 자국사 편입이라는 정치적 목적과 함께, 혹은 그것과 별개로, 관광수익 증대라는 측면도 무시못할 정도로 작용한 듯하다.
이런 경제적 목적이 있었는가 여부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정 뒤에 중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어느 정도 판가름할 수 있을 듯하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의하면 중국은 조만간 이들 고구려 '세계문화유산'을 대폭 개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동북공정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보인 반응들이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수도 있다. 중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켜 놓고 나서 완전, 혹은 대폭 개방정책을 펴면서 "마음껏 와서 보고 즐기라"고 나설 때가 역설적으로 우리로서는 가장 난감해지는 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중국이 고구려 문화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듦으로써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시키려 한다고 비판하기에는 썩 어울리지는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의 의미
따라서 이 시점에서 우리로서는 세계유산이 과연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유산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명칭 그 자체가 명확히 보여주듯이, 또 '인류에게 뛰어난 가치'(outstanding value to humanity)를 그 주된 구성 요건으로 하고 있는 데서 엿볼 수 있듯이, 특정국가가 독점하는 유산이 결코 아니다.
세계유산은 말 그대로 세계(world) 혹은 전인류(humanity)가 누려야 할 자산이지, 특정국가와 그 국민만을 위한 '국가유산'(national heritage)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유네스코 정신에 충실하게 해석한다면 고구려 문화유산은 그 현재의 소재지가 북한이건 중국이건 관계없이, 그것은 북한과 중국은 물론이고, 고구려가 한국사의 일부임을 의심하지 않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와 인류의 유산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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