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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홍삼에 관한 단상

 

무릎과 허리가 만성적으로 아픈 60대 환자분이 1달만에 내원하셨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데 한달에 한번 오기가 어렵다고 하시면서, 홍삼과 홍합추출물을 꾸준히 먹고 있다고 한다. 그것들을 먹어서 좋아질 무릎과 허리면 한의원에 오시지도 않았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니 홍삼을 먹고 나서 부터인가 이상하게 눈이 침침하다고 한다. 혹시 관련이 있는지 나에게 묻는다. 한의사로 진료를 하면서 수없이 받은 질문 중 하나이다.

 

치료재인 한약은 치료의 효과를 가지는 각각의 기미(氣味)를 가진다. 인삼을 찌고 말린 홍삼도 그렇다. 인삼은 대표적인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로 미온(微溫, 약간 따뜻한 성질)하다. 홍삼도 기본성질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

 

어깨가 아파서 내원했던 80세의 까랑까랑한 목소리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80세의 연세가 무색하게 똑부러지는 말과 행동을 하셨는데 홍삼을 매달 구입해 먹고 있다고 했다. 체질진단을 해보니 소양체질이다. 그래서 소량을 잠깐씩 복용하는 것은 괜찮은데 장기적으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체질과 홍삼의 약성을 말씀드리며 홍삼만을 장기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고 당분간은 기혈을 보하는 보약이 필요하면 홍삼과 반대되는 기운이 포함된 한약을 복용하시는 것이 필요하다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제안을 따라 처방을 바꾸어 복용했고 그러고 나서 2주쯤 후에 내원해서 잠도 잘자고 눈의 충혈은 안 생긴다고 했다. 잠을 잘자니 몸이 더 가볍고 어깨도 덜 아프다고 하셨다.

 

또 한 분, 자궁근종으로 내원하신 분의 예이다. 생리통이 심해 진통제로도 통증조절이 안되어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 받다고 했다, 수술하기가 싫어서 수술외의 방법을 찾다가 수소문하여 한의원에 치료받으러 오셨다. 진단해 보니 소양체질이었다. 2년전부터 홍삼을 꾸준히 매일, 피로할 때는 좀 더 자주 복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삼을 복용하면 순간 몸에 열이 나면서 기운이 반짝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이에 짧은 기간은 그럴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매일매일 피로가 더 나아지지 않았을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매년 계속 알레르기성 비염이 계절마다 심하여서 비염약을 계절마다 복용한다 하였다. 여튼 4개월의 한약과 침, 뜸 치료 후에 자궁의 통증은 소실되고 환절기 마다 발생하는 비염증상도 덩달아 양약 복용없이 넘어갈 수 있어서 매우 기뻐하셨다.

 

인삼은 한의학적으로 원기를 보하고(大補元氣) 소화기능과 폐기능을 돕고 진액(津液)을 생성하며 정신을 편안하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는 우수한 효과를 가진 약재이다. 약리학적으로도 면역력 증진·피로개선·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흐름·기억력 개선과 항산화 항염증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반면에 복용 후 혈압상승, 혈압저하, 가려움, 심계항진 등도 보고되고 있다. 또 임상연구들은 주로 6주~수개월의 연구가 대부분이다. 진단없이 다량으로 단일약재를 장기복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살아 숨쉬는 인간에게 어떤 약재가 지금 필요한가는 타고난 기질에 더해서 지금, 여기의 생명의 징후들을 관찰했을 때 가장 정확하다.

 

코로나19로 내 몸 지켜주는 면역이 중요함이 널리 인식되고 있는 요즘이다. 수백 종의 한약재 가운데 한가지인 홍삼이 적절하게 처방이 되었을 때 많은 효과를 가지는 데 그 수백 종의 한약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복용하면 면역의 시대에 얼마나 많이 도움이 되겠는가? 얼마나 많은 병들이 예방되겠는가? 또는 반대경우는 어떠하겠는가? 임상가로서 개개인의 신중함을 넘어 공공의 인식과 제도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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