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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의향기]참 나를 찾는 길- 금강경

 

불경의 핵심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은 초기 대승 경전의 대표적 경전으로 공 사상(空 思想)의 창고라고 할 만큼 불교사상의 근본 사조를 이루고 있다. 금강경의 한역본(漢譯本)은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표적인 금강경으로는 구마라습(鳩摩羅什)이 서기 402년에 산스크리트어의 경전을 번역한 ‘금강바라밀다경(金剛般若波羅密經)’이 있다. 이는 금강경 중에 가장 먼저 번역되어 나온 경전이기도 하지만, 구마라습의 번역문장이 매우 유려하기 때문에 많이 독송 되어 왔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제자 수보리(須菩提)의 문답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부처님은 수보리를 통하여 사물의 실상을 바르게 알고 집착을 끊으라고 설법하셨는데 이 말은 중생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집착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더 자유롭게 살아가라는 적극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한 가르침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 내가 이와같이 들었다)”으로 시작하여 수보리는 부처님께 “세존이시여, 최고의 진리를 배우고 닦으려는 마음을 낸 선남선녀는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하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라고 질문한다. 이렇게 주요한 가르침은 수보리의 질문과 부처님의 대답으로 엮어지고 있다. 금강경의 전편에 흐르는 사상은 다른 반야 계통의 경전과 같이 공사상(空 思想)이다. 철저한 공사상(空 思想)에 의해 번뇌와 분별심을 끊음으로써 반야의 지혜를 얻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강경(金剛經)에는 유명한 사구게(四句偈)가 몇 편씩이나 들어 있는데, 사구게(四句偈)란 짤막한 게송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압축하여 표현한 시구(詩句)인데 물론 다른 경전에도 나오고 있으나, 특히 금강경(金剛經)의 사구게(四句偈)는 오랫동안 널리 애송(愛誦)되고 있다. 이 사구게(四句偈) 가운데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이 다음 게송이다.

 

“무릇 형상이 있는 모든 모습은(凡所有相)/ 다 허망한 것이다(皆是虛妄)/ 만약 사물의 겉모습을 보고 그것이 참된 모습이 아닌 줄 알게 된다면(若見諸相非相)/ 곧바로 여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卽見如來)”

 

이 구절은 모든 존재의 허망함을 일깨운 것으로 현실을 바로 보게 한 내용이다. 그래서 금강경의 가르침은 무상(無相)을 으뜸으로 삼는다. 인간의 모든 행위, 특히 베푸는 행위에 있어서 상(相)을 없애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병이 상병(相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무상(無相)은 다른 말로 ‘생색내는 마음 없이 베풀라’고 하는 의미로 내 주변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사이에서 상(相)을 내세울 때 인간관계는 갈등하게 된다. 그러므로 금강경은 끊임없이 상병을 공략한다. 그래서 수보리는 부처님께 “그 마음을 어떻게 항복 받겠습니까?(운하항복기심云何降伏其心)”하고 묻는다. 상병을 제대로 다스릴 줄 알면 마음을 항복 받는 문제도 풀리고 상병만 제대로 다스릴 줄 안다면 다른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가르침이다. 이와같이 금강경에서는 무집착(無執着)을 강조하기 때문에 평등 즉 차별, 차별 즉 평등이라는 중도(中道)의 진리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나라 안과 밖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혼란과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 19의 팬데믹(pandemic)으로 야기된 일상의 통제와 경제의 추락, 이에 따른 정치와 사회의 첨예한 갈등. 무엇하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형세 속에 사람들의 마음은 의지할 데 없이 떠 있는 부표와도 같다. 집착에 따른 사회의 이기적인 갈등이 어려운 시기를 사는 국민들의 마음에 더욱 깊은 상처를 안기고 있다. 허망한 외부세계에 대하여 집착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지키라고 가르치는 금강경은 모든 번뇌를 절단하는 지혜의 경전으로 이 어두운 시기에 참 나를 찾는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누구나 금강경을 곁에 두고 사구게를 한번씩 독송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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