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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폭주기관차는 누구인가?

  • 최영
  • 등록 2021.01.13 06:00:00
  • 13면

 

새해 1일이 되자 국민의 당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독재공화국으로 만든 ‘폭주기관차’를 반드시 멈춰 세우겠다”고 올 한해의 각오를 밝혔다. 사람마다 직업상 특정용어에 민감한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 ‘기관차’라는 단어만 들으면 귀가 쫑긋 서는데 그냥 기관차도 아니고 폭주기관차라니..

 

얼마 전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첨예하게 부딪칠 때 언론마다 “브레이크 없이 마주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이라고 적었다. 맙소사.. 이제는 브레이크조차 없다니.. 기관사 입장에서 상상만 해도 끔찍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가 가능할까? (현실에서는 보안장치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만일 억지로라도 만든다면 무조건 둘 중의 하나는 신호제어를 아예 무시해야 할 것이다. 누가 무시했을까? 의미상 ‘신호제어’를 ‘지휘감독’으로 바꾼다면, 검찰총장이 장관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혼자 돌진 해버리지 않는 다음에야 이런 상황이 생길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럼 분명해진다. 현실에서 ‘마주달리는 폭주기관차’는 없다. 신호제어에 따르지 않는 ‘미친 폭주기관사’가 있을 뿐이다. 폭주기관사는 어떤 때는 검찰이란 집단으로, 다른 때는 법조카르텔에 묶여진 판사들로, 또는 법조기자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은 집단의 이익이 위협받을 때는 한 번도 폭주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폭주기관사들이 있다. 공동체의 신호제어를 무시하는 모든 세력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폭주기관사이다. 코로나 위기국면 조차도 그들의 폭주를 멈출 수 없었던 의사집단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여수산단에서는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사람이 끼어 34세의 젊은 노동자가 숨졌다. 광주에서는 51세의 여성노동자가 폐플라스틱 파쇄기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같은 날, 쿠팡물류센터에서는 50대 노동자가 쓰러졌다. 2019년에만 이렇게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855명, 이들에겐 컨베이어벨트 뒤의 탐욕이 폭주기관사였다.

 

연말에 LG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 80여명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LG구광모 회장의 고모가 오너인 청소회사는 전원 계약을 해지하고 해고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전기조차 끊긴 얼음장 같은 로비에서 정초 역대급 혹한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재벌 자체가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였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되자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은 끝도 없는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들에게 고통을 더 보태는 폭주기관사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이란 열차가 달리고 있다. 이런 폭주기관사들 마다 열차를 운전하려 한다. 열차를 세워야 하는가? 아니면 신호제어에 따르지 않는 미친 기관사들을 몰아내야 하는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라는 식으로 둘 다 손가락질해서 달라질건 없다. “달리는 열차위에 중립은 없다!”는 하워드진의 말처럼 그것은 우리들의 선택이다. 내가 이 칼럼란의 제목을 ‘달리는 열차위에서’ 라고 지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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