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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세’ 말고 난국 헤쳐갈 다른 해법 있나

투명성·형평성 담보로 공감대 확산에 주력해야

  • 등록 2021.03.03 06:00:00
  • 13면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으로 나랏빚이 크게 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증세론이 활발하다. 증세론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기본소득제도와도 연계돼 있다. 오랫동안 복지는 늘리자면서 증세는 반대하는 모순 속에 찌들어 있던 정치권이 이 만큼이라도 정직한 논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재정난 타개를 위해 증세 말고 찾을 수 있는 해법이 뭐가 있나. 이젠 솔직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정부·여당에 “퍼주기 정책 남발”이라는 비난을 퍼부으면서 대안을 말하지 않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그래도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복지도 늘리는 ‘중부담·중복지’를 주장해왔다. 유 전 의원은 다만 “경기가 좋아도 조세저항이 심한데 지금은 적절한 시기라 보기 어렵다”며 시기 조절론을 펼치고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으로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기본소득제를 줄기차게 주창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증세에 대한 국민 합의를 전제로 목적세 추진을 거론한다. 그는 조세감면 축소와 함께 기후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탄소세, 디지털 데이터세 등의 신설과 함께 불로소득에 부과하는 기본소득토지세를 도입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고소득층과 주요 기업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사회연대특별세’ 법안의 3월 초 발의를 예고했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복지체계 조정으로 80조 원, 부가가치세 3% 인상 등으로 100조 원 등 연간 180조 원 정도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 인상해 코로나 손실보상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말한다.

 

윤후덕 국회 기재위원장은 “화끈하게 지원하고 화끈하게 조세로 회복하는 체제가 정직한 접근”이라면서 “증세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공식 발언했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동조하는 ‘기본소득연구회’의 지난달 23일 토론회에서는 기본소득세 5% 신설, 공시지가 1%의 국토보유세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보편증세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증세론은 여전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기본소득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며 여러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해온 대표적 기본소득 전문가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우리나라같이 조세저항이 큰 나라에서 기본소득 운동은 ‘증세 합의 운동’의 성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증세의 목적이자 수단이기도 한 묘한 성격을 지니는 기본소득은 더욱더 정교한 프로그램 연구가 필요하다.

 

지구촌 인류의 삶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에 이견은 없다. 대한민국도 막대한 출혈재정의 뒷감당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획기적인 국정운영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다. 굳이 ‘저조세-저복지-저신뢰-저조세’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서의 기본소득제도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증세론을 들여다볼 때가 된 것이다. ‘부자 증세’, ‘예산 절약’ 같은 종래의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궤변만으로는 이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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