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 맑음동두천 11.6℃
  • 맑음강릉 19.6℃
  • 맑음서울 12.9℃
  • 맑음대전 10.1℃
  • 맑음대구 11.0℃
  • 맑음울산 15.5℃
  • 맑음광주 11.4℃
  • 맑음부산 16.6℃
  • 맑음고창 8.4℃
  • 맑음제주 13.0℃
  • 맑음강화 10.6℃
  • 맑음보은 7.8℃
  • 맑음금산 6.8℃
  • 맑음강진군 8.5℃
  • 맑음경주시 9.3℃
  • 맑음거제 11.7℃
기상청 제공

[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내 마음의 빚

  • 최영
  • 등록 2021.04.27 06:00:00
  • 13면

 

오랜만에 야권의 공식선거 승리가 목전에 와있던 선거 며칠 전,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면 뭘 가장 뭘 하고 싶을까?”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예상한 것은 “김어준을 TBS에서 퇴출시키려 하지 않을까?”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승리 후 ‘김어준원정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던 순서에 이번은 감사원이 끼어들었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익히 보아오던 패턴이다. 장단에 추임새가 빠지면 허전하듯이 언론도 신이 났다. 처음엔 고액출연료로 논란으로 대중의 위화감을 자극하더니 법인명의 수령을 두고 바람을 잡는 꼴이 ‘김어준게이트’를 학수고대 하는 모양새다. 

 

어쩌다 김어준은 이토록 무림의 공적이 되었을까? 야권과 보수언론에서는 지속적으로 김어준의 정치편향성을 문제 삼아왔다. 허구한 날 정부를 씹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는 종편이나, 아예 유가부수를 조작해 정부지원 광고홍보비를 과다수령해온 보수언론들이 정치편향성을 거론하다니.. 마치 미얀마 쿠데타군부가 준법과 질서를 외치는 것과 같은 당혹감을 느낀다. 하긴 미얀마군부가 시민들과 내전 중이라면 우리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쟁 중인데 무슨 말인들 가리랴? 야권의 집권플랜에서 김어준은 최대장애물로 간주되었을 터.. 심지어 버스에서 뉴스공장을 틀면 버스기사를 고발하겠다는 시민단체까지 나섰으니 이 정도면 집단광증이라고 해야 하나? 

 

안타까운 것은 어쩌다 비주류 라디오방송 진행자 한 사람이 한쪽 진영을 대표하는 스피커가 되었을까 하는 현실이다. 돌이켜보면 노무현정권 때는 그렇게 정부에 비판적이던 언론들이 이명박, 박근혜정권 때부터 왜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으며, 나꼼수 같은 비주류 팟캐스트 방송이 대중의 정치적 갈증을 겨우 채워주게 되었을까? 주류언론의 쟁쟁한 기자, 아나운서들은 왜 다들 기득권에 편입되어 버리고 언론은 형편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렸을까? 언론환경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한다면 토론을 통한 경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절대적 다수가 비슷한 입장으로 묵시적 카르텔을 형성해버리면 그때부터는 토론과 비판이 아니라 사냥이 된다. 노무현과 조국을 사냥하고, 추미애를 조리돌림 했듯이 말이다. 

 

악은 늘 성실하고 집요하다. 탐욕에 솔직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이 정연주KBS사장을 내몰기 위해 온갖 수모를 안겼듯이, 박근혜정권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방송출연 대상을 관리했듯이 서울시장이 바뀌었다고 뉴스공장의 진행자를 내몰려고 치졸한 싸움을 건다면 그건 권력이 아니라 그냥 ‘악’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돈많은 조중동과 가난한 조중동만 있을 뿐이라는 한탄스런 언론환경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같은 최소한의 균형추마저 사라진다면 그건 사회적 재앙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김어준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보수정권의 폭주로 어두웠던 시절, 그가 쫄지 않고 버텨준 덕분에 수많은 촛불을 불러 모을 수 있었음을 기억하기에 지금 그의 고단한 처지를 위로하고 싶다. 그 위로는 몇마디 달달한 말이 아닌 언론개혁의 진전이 되어야 할 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디어바우처 국민운동”으로 모아지기를 소망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