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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화하는 2류’와 ‘후진하는 4류’

재계, 지속적인 사회공헌으로 진정성 보여야

  • 등록 2021.04.30 06:00:00
  • 13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8년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1조원가량을 사회에 환원해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족은 지난 28일 상속세 12조원과 함께 의료공헌 1조원, 그리고 3조원대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미술품을 사회에 내놓기로 했다. 13년 만에 고인의 약속이 지켜졌다.

 

그동안 우리 지도층에게는 사회적 책임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재계는 정경유착을 비롯해 부동산투기, 임금착취 등 각종 부정적인 이미지로 투영돼 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와 국정농단 사건 등에 연루돼 수감 중인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번 삼성가의 결정을 이 부회장의 사면론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법에 따른 거액의 상속세 납부와 사회 기여를 천명한 것은 시대적 흐름으로 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난 2월에는 자수성가형 창업주들이 잇따라 ‘통큰’ 기부로 우리 사회에 울림을 준 바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재산의 절반(5조원 추정)을 기부하기로 했고, 국내 최대 배달 앱 ‘배달의민족’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한국인 최초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설립한 기부 클럽에 5천억 이상의 기부를 약속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보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솔선수범하며 끌고 가야할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고장난 엔진이 이제 수리 불능 상태다. 교육, 부동산, 안정된 일자리 등 제대로 작동되는 게 별로 없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주변국들의 포효하는 소리는 귀청을 때린다. 우리 서민들은 돌보미도 없고 빛도 찾을 수 없는 국내외적으로 미아같은 신세다.

 

미국은 1차 산업혁명이 궤도에 올라서는 19세기 후반에 부의 양극화가 나타나자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 같은 위대한 기부자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업의 대물림도 이 시점에서 변화가 일어나며 지금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기부자와 사회책임 문화가 만들어졌다. 인종·계층간 불평등의 위기속에서도 오늘의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힘의 원천은 이같은 기업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4·7 재보선 이후 우리 국민들은 또한번 좌절하고 있다. 회삿돈 횡령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은 ‘딸 안전용 1억 포르쉐’ 해명으로 재벌가의 ‘땅콩회항 사건’ 등을 다시 기억속에서 소환시켰다. 누군가 희망의 불빛을 쏘아 올려야 한다. 73세의 여배우 윤여정씨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으로 국민에게 값진 엔돌핀을 선사했다.

 

올해들어 흙수저 출신의 젊은 창업가들에 이어 재계의 맏형인 삼성이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재용 사면론과 무관하게 삼성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회공헌으로 초일류기업다움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1995년 이건회 회장은 ‘4류 정치·3류 행정·2류 기업’을 지적했다. 미국 카네기는 생전에 “부자로 죽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ESG(환경·사회책임·투명성)경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다주택·똘똘한 한 채’에 집착하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염치(廉恥)를 심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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