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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의 천리안] 왜 추미애인가, ‘Again 2002'

 

지난 2002년 3월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경선이 시작되기 직전 당시 야당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은 46.5%였으며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1~2%에 불과했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는 평범한 군소 후보 중 1인에 불과했던 노무현은 막상 경선이 시작되자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지만 ‘후단협’이라고 불리는 당내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힌다.

 

이로 인해 노무현은 정몽준 후보와의 길고 지루한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만 했으며 투표 전날에는 정몽준의 단일화 약속마저 철회가 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바보 노무현은 굽히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지지자들의 뜨거운 결집을 끌어내 투표 당일 날 수많은 인파를 투표장으로 향하도록 만들었으며,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돼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노무현이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그의 노력과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무모한 도전이 경선과정에서 제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흔히 투표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불린다.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여정에서 그가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는 단지 본선 투표의 결과뿐만 아니라 정당의 후보자를 뽑는 경선도 마찬가지다. 고도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누가 대통령으로 혹은 정당의 후보자로 최종 선발 되었는지에 대한 결과만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그 선발과 경쟁의 과정 속에 얼마나 많은 진정성과 감동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지켜보고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시대로 만들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예비경선이 지난 7월 11일부로 종료됐다. 그 결과 6인의 후보가 본 경선에 올랐고 그 후보자들은 추미애,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등이다.

 

필자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6인의 후보자 중에서 추미애 후보를 지지하는데 그 첫 번째 이유가 바로 2002년 노무현 후보자의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추미애는 대한민국 보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가난한 세탁소 집에서 태어나 재학 중이던 23세에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하였는데 결혼은 집안에서 극구 반대하던 호남 출신의 평범한 집안 남자와 결혼을 했다.

 

남편인 서성환 변호사는 추미애 보다 사법시험 합격을 3년이나 늦게 했는데 추미애는 그 기간을 기꺼이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녀는 1985년 춘천지방법원 초임영장판사로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했는데 당시 시국사건과 관련 춘천 최대 규모의 서점에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됐지만 추미애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련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바로 추미애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야권의 유력 정치 인사였던 김대중 총재는 추미애 판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훗날 그녀를 정치권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2002년에는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져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당시 정치인 중에서 삼성 장학생을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꼽혔다. 삼성장학생의 실체와 그 지위를 거절한 유일한 정치인이 추미애라는 사실은 삼성의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을 말한다>라는 책을 통해 폭로한 사실이다.

 

판사출신, 5선 국회의원, 국가의전서열 6위인 여당의 당대표를 역임했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6선의 국회의원과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까지 유력한 상태에서 추미애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2020년 1월 2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을 했다.

 

추미애가 자신의 스펙을 다운그레이드 시켜가면서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을 하게 된 이유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예상보다 빨리 사임을 하게 됐고 그로인해 검찰개혁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아닌 자녀의 표창장과 인턴확인서를 조사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검찰권이 건국 이래 최대로 동원돼 압수수색을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윤석열에 의해 자행됐다.

 

 

군사독재정권의 하수인도 하지 않던 서슬 퍼런 야만의 시대가 도래 했으니 그 누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나서겠는가. 하지만 추미애는 달랐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서 추미애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시밭길로 묵묵히 걸어 들어갔다.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추미애는 정치적 유불리마저 따지지 않았다.

 

이 후 추미애는 그 해 연말까지 약 1년간 법무부장관 직을 수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개혁진영의 시민들이 원했던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진행해 나갔다. 그 과정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검찰조직 전체를 동원한 항명을 했지만 이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 조중동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 심지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를 ‘추윤갈등’이라고 부추기면서 추미애를 비난했다.

 

추미애는 자신에게 보장된 정치적 미래를 포기하고 검찰개혁이라는 소명을 위해 거대 기득권과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데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들에게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 정도의 진정성이 담긴 사연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충분히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2002년도의 노무현만큼이나 말이다. 바로 필자가 추미애를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좀 더 현실적인데 추미애가 지도자가 되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신뢰다. 능력에 대한 평가는 5선의 국회의원, 여당의 당대표와 같은 표면적인 경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결과물을 냈는지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가 있다.

 

추미애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업적은 꽤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을 세 가지만 꼽으면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있을 때 군 기무사에서 획책하던 계엄령을 막은 것, 당 대표 시절에는 가장 높은 당 지지율(56%, 2018년 6월 2주)을 기록하고, 권리당원의 숫자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는 점, 그리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 최근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이 구속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추미애가 기무사 계엄령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 과거 민주화 운동에 이은 두 번의 군사 쿠데타에 이어 세 번째 비극이 탄생할 뻔 했다. 그녀는 그것을 막았다.

 

또한 추미애 당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은 무려 52만1398명이 증가했는데 현재 경선의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가 당 대표이던 시절에는 10만2327명이 오히려 감소를 했다는 점에서 객관적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권리당원이란 매월 고정적으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을 말하는데 권리당원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당의 지지율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당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대다수 기득권이 그렇게 ‘추윤갈등’으로 몰아갔던 추미애 장관 시절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윤석열 징계위원회 회부’ 등이 없었다면 검찰개혁은 조직적인 저항에 더 힘들었을 것이고, 현재 유력한 야당의 후보로 발돋음한 윤석열 장모의 비리는 그대로 묻혔을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토론배틀과 엑셀능력 등을 평가해서 당직은 물론 공천에서 후보자를 뽑는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는데 그건 정치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과는 무관하다.

 

이준석 대표의 성향상 쇼맨쉽을 위해 토론배틀, 엑셀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치인의 능력은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혹은 공직자로서 어떤 일을 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평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추미애는 정치인으로 그리고 공직자로 이미 충분한 능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국가 지도자가 갖춰야 할 능력까지도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세 번째 현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정책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이 높은 세상’이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사는 세상’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가지고 있는 정치철학과 궤를 함께한다. ‘인권을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치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라는 노무현, 문재인의 철학을 계승했다고 여겨진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적인 기조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도 대단히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인데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명확하다.

 

최근 민주당 내 몇몇 후보는 ‘민생’과 ‘개혁’을 따로 떼어 ‘하나를 위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각종 개혁과제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언급하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개혁이 곧 민생이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적 기조를 이어가는 방법이고 이는 추미애가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2002년 노무현을 탄생시켰던 경선처럼 2021년 현재 진행중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도 국민적 호응과 감동이 함께하는 경선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그 과정에서 추미애라는 정치인이 간직하고 있는 진가가 시민들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 정리 = 경기신문 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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