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세계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보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였죠."
입소문을 타고 흥행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1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이야기를 담은 'D.P.'는 밀리터리극이면서도 휴머니즘과 병영 실태 고발 메시지를 복합적으로 녹여냈고, 산만하지 않고 알차게 구성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국내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며 일본, 싱가포르,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도 선두('플릭스패트롤' 사이트 기준)를 노리고 있다.
한 감독은 "군대도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라 인간관계와 갈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군대에만 함몰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다루다 보니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 웹툰은 2014~2015년 제작됐는데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원작이 가진 함의가 너무 훌륭해서 이 작품을 드라마로 가지고 왔을 때 어떻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원작이 가진 깊고 날 선 부분을 유지하되 좀 더 보편적으로 영상화하려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D.P.'는 국방부에서 난감하다는 기색을 표할 정도로 현실적인 군대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군필자인 스태프와 배우들, 제작진의 경험들이 녹아들었죠. (웃음) 예민한 소재이다 보니 얼마나 묘사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려 했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군대 가혹행위 등이) 분명 좋아진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얼마나 기억할 것인가, 이게 이 작품의 존재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한 감독은 인터뷰에서 작품의 중심을 잘 잡아준 안준호 역의 정해인, 그리고 익살스러운 연기로 맛깔 나는 연기를 보여준 한호열 역의 구교환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특히 '숨은 주인공' 조석봉 역의 조현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석봉은 5, 6부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역할이죠. 조현철 씨는 '차이나타운'에서 함께했는데 생각보다 장고 끝에 결정을 하더라고요. 평소 과묵한 배우인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 하더라고요. 조현철 씨가 안 한다고 했으면 역할을 바꿔야 하나 생각도 했는데 설득 끝에 합류해주셨죠. 덕분에 다양한 결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한 감독은 주인공의 탄생부터 입소까지 빠른 컷으로 한 번에 담아내 화제가 된 오프닝 영상에 대해서는 "오프닝 타이틀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지나치지 않고 볼 수 있는 타이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로 제작했다"며 "어떤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연애도 하다가 입대하는 흐름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차이나타운'과 '뺑반' 등을 연출한 한 감독은 'D.P.'를 통해 처음 드라마에 도전했다.
"드라마를 하면서 12부작, 120부작씩 하는 드라마 작가와 감독님들을 굉장히 존경하게 됐습니다. (웃음) 중편영화 6개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작품을 진행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의 매력도 있지만 300분짜리 긴 호흡도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보여줄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는 이어 "'D.P'는 넷플릭스였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창작자들이나 연기자들이 작업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열어줘서 감사했고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작가님, 제작사 분들과 그런 얘기를 하긴 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작품이든 뒷이야기나 전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는 늘 있으니까요. 더 많이 봐주시면 그 기회도 생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