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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교사가 사라졌다…시험도 못 치는 임용준비생들

2022년도 중등교원 선발 예정 공고서 중국어 교사 '0명'
임용 준비생들 휴학하거나 중국어 교사 꿈 포기하는 상황
중국어 교사 선발은 감소세…경기지역은 전국에 약 40%
교육부 "2023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선발 인원과다" 문제
교원 선발 예정 공고도 제 시기에 이뤄지지 않는 경우 多
교육부 "행안부 입장과 조율하기 위한 정책적 딜레마"

 

“중국어 교사를 한 명도 안 뽑을 줄 몰랐습니다. 꿈만 믿고 버텼는데 이제는 포기하려구요.”

 

중국어 교사 임용을 위해 제주도에서 상경한 이모(29)씨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23일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2022년도 중등교원(중·고등학교) 선발 예정 공고’에 전국 중국어 과목 교사의 선발 인원이 ‘0명’임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면서 3년간 준비해 온 중국어 교사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씨는 “노량진에 함께 공부한 학생들도 다른 직종을 알아보고 있다”며 “중국어를 계속하는 동료나 후배들이 걱정없도록 채용 인원이 보장되면 좋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학생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않다. 유모(27)씨는 중국 관련 업체에 근무하다 중국어 교사를 희망해 한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나 유씨의 동기들은 이 같은 소식을 듣고 휴학을 신청한 상태다. 유씨는 “수요에 따라 인원을 증감할 수 있지만, 아예 0명이라는 것은 중국어 임용 준비생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임용 준비생이 모인 커뮤니티 ‘한마음교사되기’에서 중국어 임용 준비생들은 “내년에도 자리가 없을 것 같다”, “들쭉날쭉 선발하니 우리가 피해를 입는다” 등 불만을 쏟아냈다.

 

중국어 교사 임용 선발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다 2017년도(115명) 기준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전국 중국어 교사 선발 인원은 ▲2019년도 78명 ▲2020년도 41명 ▲2021년도 32명으로, 한 명도 뽑지 않은 경우는 1997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교육청이 2013~2021년간 채용한 평균 중국어 교사 수는 약 30명으로, 전국에서 약 40%를 차지한다. 중국어 업계에선 ‘경기도는 믿었다’며 입을 모아 하소연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17년째 중국어 임용 강사를 해온 전용진씨는 “신도시와 학령인구가 늘어나는 경기도에서 (중국어 교사를)안 뽑는다는 메시지가 크다”며 “최근 교원대 신설과 함께 교육학과들이 새로 생기는 데다, 도는 중국 관련 업체가 많아 인력이 더 필요하다. 회화학원 등 인기는 줄고 있지만, 선생님을 원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은 2023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선발 인원과다 등을 이유로 내년도 중국어 교사 채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가 발생하는 고교학점제 측면에서 다른 과목에 대한 수요가 더 발생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제2외국어 선발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며 “독일어와 프랑스어는 계속 뽑지 않다가 현장에서 교사 수요가 누적돼 중국어 수요를 넘었기에 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타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퇴직자 등을 종합한 이후 이번 중국어 교사 인원을 배정했다”며 선발 확정 공고 이후에도 눈에 띄는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기존 0명이던 제2외국어 과목 교사 채용이 10년 만에 이뤄진다. 전국 독일어와 프랑스어 교사 채용 인원은 각각 5명, 10명씩 늘었다.

 

다만 소수 과목 교사 선발이 증가했음에도, 이를 중국어 교사를 전혀 뽑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채용된 중국어 교사 수는 평균 70명으로, 꾸준한 수요를 보이다 갑작스레 0명이 된다면, 임용 준비생들이 겪을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늦어지는 교원 선발 예정 공고 일정…“정책적 딜레마, 교사 준비생에 죄송”

 

교육부는 2022년도 중등교원 선발 확정 공고를 오는 10월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교원시험은 오는 11월 중 치러진다. 교육부는 2011년부터 중등교원 선발 예정 공고를 실시해왔다. 기존 신규채용이 시험 실시 20일 전에 공고됨에 따라 중등 교원의 경우, 임용시험 6개월 전에 선발규모 등 충분한 예고기간을 준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정 공고는 점차 늦어졌다.

 

본래 해마다 5월 중 나와야 할 예정 공고는 2019·2021학년도에도 지연됐고, 2022년도 예정 공고는 지난 8월 23일 발표돼 교사 준비생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기지역의 한 기간제 교사는 “올해부터 공부한 사람들도 늦어도 6~7월쯤 얘기했으면 2학기 기간제 자리라도 알아볼 수 있었다”며 “교원 수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일찍 대처할 수 있었는데 준비하는 입장에서 배려가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인 교원에 대한 채용 공고 일정은 일부 행안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며 “최대한 더 많은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협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기에 교사정원을 줄이려는 행안부의 입장과 저희간 정책적 딜레마”라며 “채용 예정 공고를 늦추더라도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중국어 교사 선발이 어려워진 데 대해 준비생들에게 참 죄송하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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