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의회가 '5년 유예, 매매 가능' 조항이 담긴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안을 재차 의결했다.
인천시는 조례가 상위법에 어긋난다며 집행정지 등 법적조치를 예고했으나, 감사원 결정에 따라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15일 시의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 '지하도상가 관리·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가 재의를 요구한지 한 달만이다.
시의회는 지난 10월 20일 같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하상가 점포의 전대·전매 금지 조항이 담긴 기존 조례 적용 시점을 2025년 1월로 유예하고, 시 행정재산인 지하상가 점포를 매각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시는 행정안전부에 이 개정안의 법적 해석을 맡겨 5년 유예와 매매 가능 조항 모두 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결국 시는 지난달 4일 조례규칙심의회를 열고 나흘 뒤 재의요구를 했다.
시의회는 2년 전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2019년 12월 이번 건과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시의 재의요구로 이듬해 초 파기하고 '2년 유예'로 고쳤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지하상가 점포가 문을 닫은데다 남은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인들을 옥죌 수 있는 조례 적용을 당분간 더 유예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개정안을 발의한 안병배 의원(민주, 중구1)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전국 최고의 지하상권인 인천의 지하상가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3400개 점포 상인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행정적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는 일단 조례 시행을 막기 위해 개정된 조례를 직접 공포하지 않을 계획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재의요구를 통해 재의결된 조례안은 조례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의장은 시장에게 조례를 이송하고, 이를 받아 든 시장은 5일 안에 공포해야 한다. 이 안에 공포하지 않으면 의장이 공포할 수 있다.
시는 의장이 조례를 공포할 것으로 보고 다음 단계로 조례 집행정지를 신청할 계획이다. 집행정지 다음은 대법원 제소다. 역시 지방자치법에 따라 재의결 이후 20일 안에 제소해야 하며, 기한은 다음 달 3일까지다.
다만 소송이 끝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시는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상태다.
사전컨설팅은 공공기관이 공익을 위해 적극행정을 추진할 때 법령과 현실과의 괴리, 불명확한 법령·규제 등에 감사원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다. 행정업무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관이 제시하는 의견으로, 그 자체가 면책의 기준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대법원 제소까지는 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사전컨설팅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소송을 취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