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가 높게 나는 가을이 왔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워서인지 맑은 가을 하늘이 더욱 아름답다.
기후에 대한 반응은 자연 순응적인 식물이 더욱 예민하다. 예년보다 일조시간이 길었고 가을 햇볕도 따가워 결실이 알차다. 초가을이지만 농가는 물론 농업관계 기관 등에서도 예년에 볼 수 없는 대풍을 전망하고 있다. 작년과 달리 태풍이 빗겨가 과일도 대풍을 맞게 됐다.
그러나 풍년을 맞는 농심은 오히려 착잡하다. 정부의 추곡수매도 줄어든데다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남아도는 쌀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는 정부가 수매량 확대 등 농민의 요구를 들어줄 리도 없다.
그래도 지난해는 쌀 시세가 좋아 그런 대로 견딜 만 했다. 흉작으로 인한 공급부족이 원인이었다.
유엔이 금년을 쌀의 해로 정했다. 전 세계인구의 30억이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것을 강조하고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쌀은 생명이다(RICE IS LIFE)라는 구호를 내걸고 쌀의 중요성을 세계에 선포까지 했다.
그러한 쌀이 한국에서는 금년에 4천만 석을 수확하게 되는 대풍으로 농민의 눈총을 받게 됐다. 재고도 쌓이게 되고 쌀값 또한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농가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피폐해 지기 시작했다. 교육·문화기반이 열악해 도시로의 전출은 필연이었다. 50년대 농업인구가 전체인구의 90% 이상이던 것이 지금은 7% 수준인 350만에 불과하다.
그것도 노동력이 떨어지는 노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창의적이면서 현대적인 농촌사회 건설은 어렵게 되었다. 미곡생산에 의지하는 농업의 시대는 지났으나 별 도리가 없는 셈이다. 풍년을 맞는 한숨의 여운이 길다.
滿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