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령의 마음으로 /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84쪽 / 1만 3000원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선우의 첫 소설집. 표제작 ‘유령의 마음으로’를 비롯한 8편의 소설을 통해 작가는 적당한 거리의 따스함으로 독자를 위로한다.
‘나는 손을 뻗어 유령의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손에 닿지는 않았지만 분명 따뜻했고, 너무나 따뜻해서, 나는 울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유령이 눈물까지 흘리는 거야. 내가 말했다. 나는 유령이 아니니까. 유령은 우는 와중에도 그렇게 말했다. 잠시 뒤에 유령이 나를 끌어안았는데,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 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이해였다’ (‘유령의 마음으로’ 중에서)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유령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 유령이 나의 마음과 완벽히 똑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표제작 속 주인공인 ‘나’는 유령과 모든 일과를 함께하며 유령의 마음과 그 유령과 똑같이 생긴 나의 마음을 마주한다. 이 책의 인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잠시 놀랄 뿐, 대수롭지 않게 수용하고 적응력을 발휘한다. 이미 현실 속에서 겪어 낸 일들에 비하면 유령 좀 만나는 게 뭐 그리 큰일이겠는가.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의 ‘나’는 돌풍에 떨어진 중국집 간판에 맞아 즉사한다. 이승에서 허락된 마지막 100시간 동안 나의 소원이 아닌 처음 만난 유령의 꿈을 이뤄 주고자 분투한다. 아이돌이 꿈이었던 그 유령의 노래를 도시 구석구석 울려 퍼지게 하며, 나는 생전 알지 못했던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게 된다.
‘빛이 나지 않아요’의 ‘나’는 꿈을 포기하고 얻은 직장에서 해파리로 변해가는 고객을 만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
8편의 소설 속 ‘나’들은 상대가 안고 있는 슬픔의 크기를 짐작하고, 자신도 그만큼의 슬픔을 내보일 수 있게 가까워졌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변함없이 자기 삶의 자리를 지킨다. 인물들은 그 적당한 간격 안에서 쓰러지지 않고 오롯이 버텨낸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