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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근에 가장 몰입해서 보는 드라마다. 드라마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9화 ‘피리 부는 사나이’다. 강남에서 자라서 어머니 표 교육으로 서울대에 들어간 방구뽕이 이번 회차의 핵심 인물이다. 방구뽕은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원의 어린이들을 납치해서 아이들을 산에 데려가서 놀게 하고 미성년자 유인 약취 및 버스 탈취 혐의로 신고당한다.

 

어린이들을 웃기기 위해 이름을 방구뽕으로 개명하고, 스스로를 어린이 해방군 총 사령관이라 지칭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낯설고 정신이 불안해 보이기도 한다. 또, 9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데려다가 산에서 놀게 한 다음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설정이다.

 

드라마 후반부에 아이들이 학원에서 매일 10시까지 저녁도 못 먹고 공부한다는 내용이 나오고 나서야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시했다. 학원을 전전하다가 밤늦게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흔한 풍경이 되어버려서 자주 접할 수 있고,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테니 공감도 어렵지 않았을 거다.

 

우리 반에도 학원과 학원 숙제 때문에 고생하는 친구들이 있다. A는 학원 숙제를 하느라 잠을 자지 못해서 몽롱하다고 자주 말하고, 학원 숙제를 끝내지 못해서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쉬는 시간에도 종종 학원 숙제를 하고, 잠을 자지 못해 생긴 여러 개의 구내염 때문에 급식을 제대로 못 먹은 적이 있다. B도 흉부 통증이나 복통이 잦아서 보건실 단골 손님이다. 둘 다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고, 학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담임 교사로서 학부모의 자녀 교육에 개입할 수 없는 노릇이라 반 아이들이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보건실에 보내주거나 자리에서 쉬게 해준다. 학부모에게 따로 연락하거나 말하지는 않는다. 교사가 말해도 아이가 처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 걸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학부모들이 교사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크다는 걸 알고 있고, 상담에서 자신의 아이가 고생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미래를 위해서 공부시킨다고 말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에 조금 더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교육부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한 것도 학부모님들과 비슷한 이유에서 출발했다. 영유아기, 초등 시기에 교육에 투자하면 성인기와 비교해 그 효과가 16배 정도 높으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린이를 빨리 학교로 편입시키자는 내용이었다.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초등 입학 연령 하향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결국 교육부 장관이 사퇴하고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관련 내용이 사라지기까지 했다. 당장은 잠잠해진 듯하지만,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만 5세 초등 입학이 한 번씩 거론되는 걸 보면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노는 일보다는 공부하는 일에 관심이 더 많은 듯하다.

 

드라마의 납치범인 방구뽕씨는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든 방정환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극 중 어린이 납치범인 방구뽕의 생일이 5월 5일이고. 방구뽕의 직업이 어린이 해방 총사령관이었는데 방정환은 조선소년운동협회를 조직해서 활동했다. 어린이 인권을 위해 애쓰던 방정환이 2022년의 어린이를 보면 어떤 말을 할까. 아마 방구뽕씨와 똑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어린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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