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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대표 피습…배경 밝히고 정치테러 방지책 강화해야

후진국형 테러에 온 국민 경악, 극단의 ‘증오 정치’ 풍토도 반성을

  • 등록 2024.01.03 06:00:00
  • 13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정치테러가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방문 중에 지지자를 자처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흉기피습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사라졌던 정치테러가 재발했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런 후진국형 정치테러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범행의 배경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은 물론 총선 국면에서 재발할 여지를 강력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작금의 극단적인 ‘정쟁’ 풍토에 대한 정치권의 치열한 반성과 혁신이 절실하다. 


사건은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범인이 순식간에 달려들면서 발생했다. 머리에 파란 종이 왕관형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접근한 뒤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에게 접근해 갑자기 목을 향해 흉기를 찌르는 모습이 촬영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쓰인 왕관 종이 모자를 쓴 이 남성은 “사인해주세요”라며 취재진 사이를 뚫고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0여 분 정도 현장에 그대로 쓰러진 채 구급차를 기다렸다가 부산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다시 헬기 편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현장에서 즉각 제압된 범인은 60∼70대 남성으로 추정되며 20∼30㎝ 길이의 흉기로 이 대표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놀라운 피습 소식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한마디로 경악 그 자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경찰청장에게 신속한 수사와 빠른 병원 이송·치료에 최선의 지원을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면서 쾌유를 기원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면서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1966년 김두한 한독당 의원의 의사당 오물 투척 사건에서부터 그동안 많은 정치인이 물병, 달걀, 페인트 세례를 받았다. 이번 사건은 곧바로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잔 박근혜 대표의 커터칼 피습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최근에는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 표모 씨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한 일도 있었다. 


굳이 각계의 반응이 아니더라도 정치테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최악의 범죄다. 대개 그릇된 신념이나 오도된 가치관 때문에 저지르는 정치테러의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아직 실상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이재명 대표의 피습은 작금 무한히 확대 재생산되는 ‘증오 정치’의 영향을 간과할 수가 없다. ‘생각이 다른 남’의 존재를 철저히 존중해야 비로소 성립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 파괴된, 아적(我賊) 개념만이 지배하는 정치풍토가 문제다. 


날로 뜨거워지는 극한 정쟁은 하루빨리 혁신돼야 한다. 싱그러워야 할 정초의 민심에 칼을 휘두른 무도한 범행의 안팎 전모가 신속히 밝혀지길 바란다. 아울러 총선 국면에서 행여 유사한 폭력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의 경계심 확대와 치안 당국의 철두철미한 대책을 요구한다. 뜻밖의 피습으로 중상을 입은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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