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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보기]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대체로 돈은 인간의 삶에서 4가지 역할을 한다. 그것이 곧 가치수단, 교환수단, 지불수단 그리고 가치 저장 수단이다. 물건과 상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서비스 또한 제공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돈 앞에 장사(壯士) 없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다’라는 우스갯말에서도 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머잖아 호모 사피엔스가 그토록 좋아하는 현금이 디지털 화폐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가까운 미래에 현금의 종말을 이끌어갈 주체는 스마트폰도, 신용카드도 아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개발하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현금이 종말을 고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화폐 경쟁에 뛰어들며,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시대가 도래된다는 의미이다. 디지털 화폐는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는 화폐로 금전적 형태로 저장해 거래할 수 있는 통화를 가리킨다. 디지털 화폐에는 전자화폐,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등이 포함된다. 이것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다준 혁신의 산물이다.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매입할 수 있는 시대가 실현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정부 당국의 현금 사용 억제로 인하여 디지털 시스템이 급증한 결과, 2017년 이후 현금(화폐)의 86퍼센트가 사라졌다고 한다. 인도 사람들은 상점에서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다. 현금 대신 스캐너로 지문과 망막을 스캔하는데, 이를 통해 신원이 확인되면 소비자가 사용하는 은행 계좌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디지털 거래 규모는 무려 33조 7480억 달러(3경 3748조 원)가 넘는 금액이다.

 

중국도 CBDC 상용화가 가장 앞서는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2022년 기준으로 디지털 위안화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어섰고, 그 거래 금액도 2억 6000만 위안에 도달했다고 한다. 이밖에 유럽의 국가들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CBDC를 도입했다. CBDC가 도입됨으로써 현금의 도난 및 분실 위험이 줄어들고 신속한 공급 수단이 가능하며 디지털 형태로 발행과 유통되는 거래 내력이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불법 자금 추적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금융 범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팬데믹은 현금의 종말과 디지털 화폐 확산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사람들은 화폐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피해야 했으며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게 되었다. 디지털 화폐는 위생, 편의성, 화폐의 발행 비용 절감, 위조지폐 방지, 통화 조절 용이성 등 장점이 많다. 반면에 은행 계좌가 없거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들은 소외되며, 추적이 가능하기에 사생활 보호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주도하여 ‘CBDC 활용성 테스트’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을 발표된 바 있다. 그러기에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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